세금 없이 자녀들에게 재산을 넘겨주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공익법인, 명의신탁, 역외거래, 미술품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 중 세금 없는 일감몰아주기는 건전한 상거래 및 공정사회를 이루는 데 큰 반칙이며, 많은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소급과세는 과세요건불명확으로 한계
일감몰아주기는 아버지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그대로 물려줄 수 있는 일명 '모자바꿔쓰기'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공정사회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세금 없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과세토록 하는 방침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제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어떻게 과세하는 것이 좋은 지 훌륭한 과세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남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2004년부터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일감몰아주기도 당연히 증여세의 과세대상이라고들 하지만, 최소한 납세자가 세액을 계산하는 데 논란을 일으킬 수 없는 정도의 과세규정 등이 최소한 마련돼 있지 않다면 과세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즉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증여시점과 증여가액 등에 대한 규정이 모호한 경우에는 과세요건의 불명확화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일감몰아주기에 대하여 소급과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과세하려면 향후 세법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 일감몰아주기시점과 상장시점, 두 단계 모두 과세해야
일감몰아주기의 전형적인 방법은 비상장된 자녀회사와의 집중적 거래를 통해, 자녀가 ①과도한 배당을 받거나, ②주식상장시점에서 주식가치상승분을 실현함으로써 재산을 증식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일감몰아주기를 위한 과세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단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로, 자녀회사와의 '일감몰아주기' 거래시점에서 거래액 중 일부분에 대해 과세하고('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 참조), 두 번째 단계에서, 비상장 자녀회사를 상장시키는 상장시점에서 주식가치상승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 참조). 즉 전자와 후자의 두단계에서 각각 모두 과세하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일감몰아주기' 자체가 증여행위이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시점에서 증여세가 과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다만, 조세행정편의상 1년 단위로 과세필요)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 왜 자녀에게 일감을 몰아주겠는가? 일감몰아주기라는 증여행위를 통해 자녀는 사업이 번창, 과도한 배당의 증여수혜를 받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시점에서 당연히 1차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증여시점을 자녀회사와의 거래(계열회사 및 제3자를 통한 거래도 포함)시점으로 하되 조세행정편의상 연간 총거래액이 산정될 수 있는 매 사업연도말일로 하고, 증여가액은 거래액(정상가격이하시 정상가격)에 일정률(자녀출자지분율과 법정증여추정률)을 곱한 금액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법정증여추정률은 5~10% 내외로 정하는 등 입법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일감몰아주기' 시점에서 과세해야만 자녀회사가 고의적으로 상장을 계속 늦춰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거래액과 주식가치상승분을 각각 증여가액으로 해야
두 번째 단계는 일감몰아주기 혜택을 받은 자녀의 회사가 상장되는 시점의 주식가치 상승분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를 하게 되면 그 사실이 알려지기만해도 자녀회사의 기업가치가 급상승할 수 있다.
비상장 자녀회사가 이를 이용하면 일감몰아주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단기간 내(예를 들어 일감몰아주기 후 1~2년 내)에 주식시장에 상장, 큰 폭의 주식가치상승으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즉, '일감몰아주기'라는 증여행위로 인하여 1차적으로 '일감몰아주기시점'에서 얻은 배당수혜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돼야 할 뿐만 아니라, 자녀회사가 상장시점에서 얻는 주식가치상승분에 대해서도 2차적으로 증여세가 추가 부과돼야 한다.
상장시점에서의 구체적인 과세방안은, 비상장 자녀회사가 상장을 함으로써 발생한 주식가치상승분에 대해 증여세액을 계산한 후 이것에 위의 첫 번째 단계에 의거 과거 10년(혹은 15년, 증여세부과의 제척기간에 해당)내에 낸 증여세를 차감과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첫 번째 단계에서 적용된 법정증여추정률의 불완전성에 따른 보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상장을 계속 늦추어 과세를 회피할 수 없도록 상장되어야 할 기간을 따로 정할 필요는 없다. 상장직전 과거 10년간 일감몰아주기가 없었다면 상장으로 인한 주식가치상승분에 대해서 과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는 두 단계를 거쳐 모두 과세해야 증여세의 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재산물려주기의 '모자바꿔쓰기'와 다름없는 일감몰아주기를 억제할 수 있고, 공정사회에 가까워진다고 할 것이다.
[약력]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현),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현), 한국복지경영학회장(현), 한국세무학회 부회장(현), 대한경영학회 부회장(현),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현), 국세청 국세행정위원회 위원(현), 해양경찰청 위원(현),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위원(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