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와 사회복지

기획재정부 장관이 4대강 사업과 복지예산에 대하여 트워터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장관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수준에 머무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홍수방지를 위한 투자이며 복지예산은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소비성 예산이라고 했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나 전문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경제주의자들이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할일이 별로 없고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

여기에서 출발해 다음 결론을 바로 내린다면 여기에는 논리의 비약이 존재한다.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도록 정부는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여야 하고 경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이러한 시각은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단편적이다.

시장경제의 효율적인 작용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금융위기를 통하여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정부는 위기관리자이며 시장 감시자이고 민간경제에 대한 최후의 구원자이며 또 필요한 경우 부족한 수요의 창출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 바람직한 정부의 크기

정부가 필요이상으로 클 필요는 없다. 관료들은 기본적으로 조직을 확장하고 성과에 비하여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작은 정부에 대한 요구는 정당한 측면이 있다.

긴 시각에서 볼 때 시장은 좋은 시절에는 정부의 간섭을 배격하나 위기에 처하면 정부에 도움을 청해왔다. 시장경제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이 커야한다 혹은 작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경제학계의 지난한 논쟁거리이다.

정부가 크거나 작은 어느 한쪽이 바람직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정부가 시장경제를 위하여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정한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 큰 정부의 개념

어떠한 정부가 큰 정부인가? 사회보장부문의 예산 등으로 인하여 지출규모가 크면 큰 정부인가? 혹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정부가 큰 정부인가? 또 민간 경제의 과정에 많이 개입하는 정부도 큰 정부의 개념에 포함되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시장경제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의 정립이 필요함을 느낀다. 경제위기를 조장한 것이 국가의 행위냐 시장이냐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배운 확실한 것은 시장경제가 자율적인 힘으로 위기에서 탈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큰 정부'란 사회보장부문으로 인하여 정부의 예산규모가 팽창한 정부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사회보장 예산규모의 경제성·효율성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당연히 필요하다.

'강한 정부'란 시장에서 힘을 남용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시장경제에서 마치 스포츠 경기의 심판자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이다.

독점·기업결합의 문제, 정보의 비대칭 문제, 경쟁 규칙의 확립 및 준수에 대한 감독, 금융감독, 소비자보호 등의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정부의 예산지출규모는 크지 않다. 그래도 그 역할은 강력하다. 따라서 작지만 강한 정부는 가능하고 시장경제의 효율적 작동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 시장경제에 대한 비중립적 개입

정부가 민간경제의 과정에 많이 개입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개별기업들과 개인들이 경제활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경기규칙의 심판자로서 활동하지 않고 민간의 경제에 비중립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루어져야 하는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정부가 민간기업과 경쟁하거나 산업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종류의 정부활동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 4대강 사업

4대강 사업은 정당화 될 수 없는 정부의 시장개입 사례에 해당한다. 그 실체가 은폐된 건축경기 부양책이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예산으로 여러 산업분야 중에서 건설업계에게만 인위적인 수요를 만들어 주고 결과적으로 건설업계의 필요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 이 과정에서 많은 로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흐를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물론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혹은 경기의 급격한 변동과정에서, 실업이나 그 외의 극심한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민간이 제공할 수 없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서비스나 재화 공급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정부의 활동에 대한 정당화가 가능하다. 적정한 수준의 사회인프라투자나 교육투자·R&D투자는 이에 해당할 것이다.

□ 좋은 정부

이렇게 보면 경제과정에는 개입하지 않고, 그러므로 중립적이며, 예산 규모는 작고, 그러나 민간의 경제활동에서 경기규칙 준수를 촉구하는 심판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강한 정부가 좋다.

그러나 좋은 (혹은 필요한) 정부는 어느 정도의 예산 규모도 필요로 한다. 사회보장제도는 시장경제에서 꼭 필요한 시스템 요소이며 이 사회보장제도는 상당한 예산규모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시장경제의 시스템 요소-복지제도

적정한 사회보장제도(복지제도)는 왜 시장경제의 필수적 시스템 요소인가?

스포츠 경기에서 움직임과 경쟁이 격렬한 종목일수록 경기규칙이 엄격하고 적절한 보호구가 필요하다. 축구에서는 정강이 받침대가 필요하고 미식축구선수들은 머리, 어깨와 가슴, 골반에 많은 보호대를 착용한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선수들은 모두 쓰러져 나갈 것이며 경기는 성립되지도 않을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복지제도는 시장경제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경제활동과 시장에서의 경쟁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사람의 일생에 걸쳐서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쟁에서 진 사람들이 시장에서 들것에 실려져 나간다면 시장에서의 경쟁은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

성과가 낮은 사람이라도 다음 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경쟁의 결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보장의 수혜를 받는 가계가 시장경제에서 경기를 계속할 다음 세대 선수를 양성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사회보장이 시장경제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필수요소라는 점은 자연히 이해가 된다.

기업입장에서 볼 때도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사회에서 보다 자유롭게 인적인 구조조정을 수행하기 쉽다.

의도에도 불구하고 개별국가들이 선택하는 제도들은 지구촌에서 시스템 경쟁을 하게 된다. 원론적인 자본주의 보다는 사회복지를 내재화한 자본주의가 시스템 경쟁에서 더 오래 존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볼 때 민간경제의 과정에 비중립적으로 개입하는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사회복지를 단순한 비효율적인 소비라고 치부하는 것은 합리적인 시장경제주의자의 사고방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