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정일석 정보협력국장-
국제 무역에서는 하나의 화물이 수출국에서 반출되어 수입국으로 반입되기 때문에 화물의 기본적인 정보는 수출신고 내용과 수입신고 내용이 같게 된다.
따라서 양 수출입자료를 비교하면 수출입과정에서 화물이 밀반출 되었는지, 혹은 원산지를 가장하여 반입되었는지 등 화물의 이상유무(異常有無)를 파악할 수 있다.
각 수출국 세관에서 신고받은 수출자료를 수입국 세관에 제공하여, 수출자료와 수입자료를 상호 비교하는 '국가간 통관자료교환'은 사전에 정보를 분석하여 수출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제적(先制的) 위험관리를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수출국은 화물이 해외로 수출되는 때까지, 수입국은 화물이 국내로 수입되는 때부터 관리하는 현재의 세관관리 체제를 수출자에서 수입자로 이어지는 무역공급망의 전체 흐름을 관리하는 글로벌 통합공급망 관리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
국가간 통관자료교환은 단순히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위한 시범사업이 다양한 시나리오로 진행되고 있다.
'08년 우리나라와 필리핀은 국가간 통관자료교환 시범사업(Korea - Philippine Customs Data Exchange Pilot Project)을 진행하여 부산-마닐라항의 해상화물에 대해 품명, 수량, 중량 등 32개 항목에 대해 전자적인 방식으로 실시간 교환하였다.
또한, '07년부터 중국, 영국, 네덜란드는 SSTL(Smart&Secure Trade Lane) 사업을 통해 중국-영국, 중국-네덜란드 상호 수출화물에 대해 AEO(종합인증우수업체) 11개 업체의 수출자료를 교환하고, 수출검사를 완료한 화물에 대해 수입국에 도착한 후에 진행될 수입검사를 면제해주는 자료교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간 교환된 통관자료를 국내의 자료와 연계하여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접근키(access key)가 있어야 한다. 즉, 사람을 고유하게 인식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또는 여권번호를 부여하여 활용하듯이, 화물에 대해서도 이를 식별하기 위한 고유의 접근키가 필요하다.
기존의 화물운송장번호나 컨테이너번호도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에 신고되는 기본 화물정보로 볼 수 있으나, 화물운송장은 전세계 항공사 등에 의해 임의로 일정한 규칙없이 발행되기 때문에 중복되는 화물운송장번호가 많아 고유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컨테이너는 반복적으로 재사용되기 때문에 컨테이너번호 역시 고유의 접근키로 활용할 수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관세기구(WCO)에서는 국제무역거래에서 최초공급자로부터 최종소비자까지 화물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화물식별번호, 즉 UCR(Unique Consignment Reference)을 제안했다.
수출신고-적재-출항-운송-입항-하역-보세구역 반입-보세운송-수입신고-반출 등 일련의 화물 흐름에서 수반되는 각종 신고시 이 UCR을 첨부하여 전체 공급망을 하나의 사슬로 연결하면, UCR을 통해 수출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수출정보와 수입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입정보를 연결시켜 각 단계별 화물정보 추적이 가능해진다.
우리 관세청에서는 UCR을 도입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각도로 노력하여 왔다. 수차례 전청 차원의 중장기 정보화계획을 통해 UCR 번호체계 수립, 발행 프로세스 및 관리 시스템 구축방안, 활용모델 등에 대해 분석·검토하여 UCR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UCR을 우리 관세행정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UCR의 발급, 분할, 통합, 이력 등을 관리하기 위한 'UCR기반 화물관리시스템'을 구축중에 있으며, '11년 상반기부터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화물을 대상으로 UCR을 단계적으로 발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로 그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는 세관이 우리나라의 영역안에서만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무역환경에 대처할 수 없다. 타국 세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세관의 관리영역을 국외로 확장함으로써 선제적(先制的) 위험관리 체계를 고도화하여야 한다.
우리 관세청은 앞으로도 무역의 안전성과 신속성의 동시 확보라는 핵심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 물류·무역의 중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