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방세 체납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그 논의에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쥐고 있는 것은 지방세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가 아니고 민간 업체인 것 같다.
지방세 체납징수 업무를 민간의 채권추심업무와 동일한 차원의 업무로 이해하고 민간 채권업체들이 업무영역 확대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논의를 보면 지방세분야에 그리고 체납된 소액분에 한하여 체납절차 중에서 고권적인 성격이 배제된 업무에 한하여 민간 위탁을 하자는 주장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 문제는 조세 징수업무의 체제를 궁극적으로 민영화 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납득할 만한 결론이 있기 전에는 쉽게 허용되기 어려운 일 같다. 또한 범위를 확대하면 그 범위는 체납공과금 일반의 문제로 확대된다.
또한 이에 대하여 하나의 결론에 이르려면 논리적인 검토도 필요하지만 정책적인 고려도 적지 않아 합일된 의견을 도출하기 까지는 각자의 입장차에 따라 주장의 스팩트럼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하에서는 관련하여 떠오르는 두가지 관견(管見)을 정리하여 보기로 한다.
우선 논의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이 논쟁을 범위를 확대하면 장차 징세기관의 구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의 여부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실은 이의 필요성의 제기는 체납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체납은 지방세에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국세에서 더 크게 문제된다. 이렇게 보면 이 문제는 조세징수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인 체납해소의 체계를 어떻게 가져 갈 것인지의 문제와 관련된다.
체납의 해소는 세무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보면 가장 골치 아픈 난제의 첫손에 꼽힐 것이다.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 문제를 민간이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징세기관의 개혁과 관련하여서는 징세행정조직의 개편이 문제된다. 우리나라도 2000년도 초기에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신공공관리론과 협력국가모델이론을 전제로 한 공공분야 개혁의 하나로 부과와 징수를 분리하는 국세행정조직개편이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결론은 '세목별' 대신에 납세자중심의 '기능별'로 분류하여 집행하는 조직개편으로 낙착되었다. 당시 작은 세정의 논의는 거기에 그치고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정부기구의 다운 사이징(down- sizing)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에는 1990년대에 들어 정부와 민간부문에서 경쟁력회복을 위한 각종 노력을 전개하여, 정부는 행·재정 개혁을 통하여 정부부문의 효율화를 도모하였다.
특히 정부기구의 슬림화 또는 다운 사이징 노력의 일환으로 연방정부의 기능을 축소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특히 조세징수업무를 민간에 이양하는 구상을 발표한 적이 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지금 논의되는 지방세 체납분의 민간 위탁문제는 지방세와 국세를 포함하여 징세 업무 전반의 조직체제개편으로 가는 포탈(portal)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전적으로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지방세 체납분의 위탁징수에서 얻어지는 시사점은 국세와 지방세의 징수법리를 재검토하여야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현행 세법에서 납세의무는 국세와 지방세의 거의 대부분이 신고·납부 세목으로 되어있고, 부과·징수세목은 상속세 및 증여세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조세행정을 부과와 징수라고 하지만 신고주의를 취하는 현행 수세 체계에서는 부과단계라는 표현은 체납단계에 들어서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가 있어야만 결정 또는 경정절차가 필요하고 이때 비로소 처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징수법리의 재구성 또는 재검토의 문제는 전통적으로 국가의 고도의 고권적 업무로 이해되는 ‘징세업무’의 민간위탁이 가능하겠느냐의 문제로 돌아간다.
미국의 경우 징세행정업무의 민영화는 당시 우리 언론에 토픽뉴스로도 소개되었는데, 민간 개방교도소의 설치 문제와 같은 교정 업무나 행형업무의 민간위탁문제와 동향을 같이 한다.
교정업무는 당시 민영화로 묶여 같이 논의되다가 '민영 교도소법'으로 해결 되어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징세업무의 민간위탁의 논의의 단계는 이러한 위탁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대하여 (아직도 회의적인 입장이 상존하기는 하나)국가의 적정한 통제가 수반되는 범위내에서는 민간위탁이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위탁의 범위를 설정'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의 설정을 위해서는 징수법리의 재검토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이 과제는 앞서 논의한 수세조직의 개편과는 달리 논리적으로 접근하여야 하는 문제이다.
징세업무의 민간위탁은 징세비리와 조세저항을 감소할 수 있는 장점이 예상되기는 하나, 이 징수기구의 민영화방안은 결국 재정운용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관련 법리와 법령의 정비를 어떻게 가져 갈 것인지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이를 구체화하기에는 여전히 사회적, 정책적 합의를 위한 충분한 논의의 필요가 남아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