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토론토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각국의 정상들간에 긴축적 재정정책이 합의된 것은 다소 의외다.
G20 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독일이 선택한 긴축정책에 대해 미국과 프랑스 지도자들의 비난 발언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에서 긴축으로 글로벌 차원의 재정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게 됐다.
세계경제는 정상적으로 회복되었고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사라진 것인가? 이러한 방향 전환이 아직 이르고 더블딥의 우려가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언제나처럼 재정정책에 대한 케인지안들과 공급중시경제학자들의 두 가지 상반된 정책자문이 정책결정자나 주권자들을 고민스럽게 한다.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케인지안들은 정부가 더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공급중시경제학자들은 정부부채로 인한 미래세대의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정부들이 적자가 심해지면 지불불능 상태가 되고 국채발행의 어려워지면서 경제위기가 더 커지게 될 것을 우려한다.
통상 국가들은 긴축정책을 택할 것인가, 혹은 경기부양을 할 것인가의 두 가지 문제 중의 하나에 직면한다. 현재의 특이한 점은 두 가지 문제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한 정부부채를 보면 긴축재정이 필요하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을 보면 경기부양정책의 유지도 필요하다. 두 가지 정책은 그러나 서로를 제외시키는 정책, 동시 선택은 불가능하다.
왜 이러한 상황에 왜 이르게 되었는가?
먼저 재정적자가 만성화되는 것이 문제이다.
불황이나 심각한 경기침체시기에는 팽창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불경기와 실업, 그리고 총수요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시장에만 맡겨두는 정부는 무책임하다.
문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불황기에 누적된 정부부채를 호황기에 충분하게 감축시키지 못하고 다음 경기침체를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경우 지금처럼 두 가지 난제가 동시에 맞이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를 설명하는 다른 한가지의 중요한 요소는 금융시장의 글로벌화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별국가들의 중앙과 지방정부들도 글로벌화된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한 국가내에서는 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던 개별국가들의 정부들은 글로벌화된 금융시장에서는 기업이나 다른 국가들이 발행하는 채권과 경쟁하게 되고 시장과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에 따라 높은 이자율을 지불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도산하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국가들의 정책이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케인지안들의 논리가 이성적이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정부는 코앞에 닥친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시장에서 해당 정부채권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되고 지불해야하는 이자율이 상승한다. 자국 정부부채가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과 그로 인해 발생할 심각한 결과를 미국이나 프랑스의 정부들 조차도 수용하기 어려웠으리라.
이러한 현상은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부채는 안정자산이며 수익성 높은 다른 위험자산과 함께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요소였으나 이제 더 이상 정부채권은 (절대적인) 안정자산은 아니다.
미국 재무성채권은 연방정부의 높은 부채율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서 아직도 안정적 채권으로서 최고의 평가를 누린다.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전 세계의 주요 정부들이 긴축적 재정정책을 선택하였지만 현재의 경기상황에서 물론 긴축만이 능사는 아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는 금융시장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별 의미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또 미래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약속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 당장의 경기와 총수요에 영향을 주는 긴축조처보다 경기가 좋아진 후에 대한 약속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장기재정계획과 이의 성실한 추진이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자 은퇴연령의 연장과 같은 것을 들었다.
이를 통해 청년층의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가 없다면 이는 고령화사회에서 미래의 연금재정에 대한 정부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서 현재의 총수요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조처라 하겠다.
최선의 선택은 나라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수에 기반하고 기업의 경기가 아직 좋아지지 않았고 정부부채가 심각하지 않다면 경기부양을 좀 더 이어가도 좋다. 반면에 국내경기가 수출에 의존하고 이미 어느 정도 회복된 경제의 경우, 정부부채를 줄여가는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이 좋다.
정부부채가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이자율로 매각되지 않는 경제의 경우 다른 판단을 하기 어렵고 극단적인 정부지출의 감소가 필요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현재 출구정책의 수순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업의 수출 경기가 나쁘지 않고 재정적자의 미래부담에 대한 우려가 이러한 판단에 근거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항상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경기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다. 국민 경제적 비중으로 보아 전체경기는 수출기업의 경기에 좌우된다.
그러나 이들 수출기업의 경기는 세계경기의 변화에 너무 민감하다. 세계경제가 만약 더블딥으로 현실화되면 우리경제의 경기는 바로 그 순간 곤두박질하기 시작할 것이다.
경기급락의 우려를 불식할 수 없는 지금 정책변화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총수요에 가능한한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재정적자폭을 줄이는 방법으로서는 긴축재정보다는 지출수준을 유지하면서 증세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IMF에서 권하는 성장친화적인 긴축정책에 대한 한국의 화답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어야 하나? 현재의 총수요를 줄이지 않는 것이 우선이며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준인 복지지출 분야에 손을 대어서는 안된다.
교육투자를 통해서 미래 성장의 핵심 생산요소를 계속 지원해야 하고, 소비성향이 낮은 소득상위 계층의 정부재정 기여율을 제고를 위해 양도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유지 및 확대가 필요하다.
고용을 동반하는 기업투자에 대하여는 계속 지원이 필요하고 고용유발효과가 미미한 공공분야의 투자는 이러한 경기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재고되어야 하는 분야다.
[약력] 독일 Hamburg 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KPMG 독일 프랑크푸르트 Branch 근무,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세무학과 교수,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세무대학원 교수(現),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장 (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