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R&D 세액공제와 설비투자 대상은 다르다"
300개 제조업 설문…51.6% 투자계획 악영향
일부 기업, "투자계획 축소, 수정하게 될 것"
학계 "임투공제 폐지 바람직, 대·중소기업 구별 없어야"
기업의 설비투자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면, 작년 기준으로 약 2조원의 세수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기업의 세금부담은 늘어난다는 얘기다.
예컨대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통신업계는 전체 세액공제 금액 중 92.4%가 임투공제에서 발생해 임투공제 없이 시설투자를 할 경우 경영수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KT, KTF, SK텔레콤, LG텔레콤 등 4대 통신업체는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약 2675억원(작년 기준)의 세금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법인세 감세(2%p 인하)요인을 고려하면, 867억원이 줄어 약 1808억원의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KT는 작년에 1981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으나, 내년에 법인세 감세(과세표준 2억원 초과 22%→20%)로 241억원의 세금이 줄게 된다. 그러나 임투세액공제가 폐지되면 1052억원의 세금이 증가해 내년 부담해야 할 법인세가 2792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결국 KT의 경우 올 세법개정과 임투공제가 폐지될 경우 최종 811억원의 세금이 증가하게 된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통신업의 경우 와이브로, 4G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두고 있어 임투공제가 2~3년간 유지돼야 한다"며 "통신업은 세율을 2% 인하하더라도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유효세율은 오히려 7~9% 증가한다"고 밝혔다.
설비투자가 많아 임투공제 지원액이 많은 기업들은 세금 부담이 증가하게 되지만, 기획재정부는 임투공제가 매년 연장, 적용돼왔기 때문에 기업의 보조금으로 전락했고, 세제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의 세부담 증가로 투자위축을 우려하는 국회, 경제단체 등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사실상 임투공제를 전면폐지하는 방안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 임투공제 폐지 대안책이 국회에 의원 입법으로 제출된 만큼, 이미 공은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 "R&D 세액공제 확대, 소용없어‥설비투자 수정계획도"= 재정부는 임투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R&D 세액공제를 크게 늘렸기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제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재정부는 투자세액공제를 기능별로 재편한다는 방침으로 임투공제를 폐지하고, 원천기술과 신성장동력산업에 대한 R&D투자비용 세액공제율을 현행 3~6%(중소기업은 25%)에서 20~25%(중소기업 30~35%)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R&D 세액공제와 설비투자 대상은 다르다"며 "실질적으로 기업투자의 대부분이 시설투자이기 때문에 R&D 세액공제를 늘리더라도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R&D에 투자하는 기업도 많지만, 실제로는 설비투자가 훨씬 많다"며 "설비투자에 중점을 둔 기업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기업의 설비투자계획이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의가 지난 8월 300개 제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1.6%가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투자계획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현재 수립된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통신업계는 "신성장동력산업이지만, 응용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설비투자비용을 R&D비용으로 전환할 수 없는 구조"라며 "R&D비용보다 설비투자비용이 10배 정도 커 R&D세액공제가 확대되더라도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KT의 작년 설비투자 규모는 2조1872억원이었으나 R&D비용은 2511억원에 불과했다. SK텔레콤도 1조9186억원의 설비투자가 있었지만, R&D 비용은 2934억원으로 낮았다.
□ 임투공제 폐지는 국회의 몫‥"전면폐지 어려울 듯"= 임투공제는 폐지하겠다는 정부와 유지돼야 한다는 여론 속에서 갈등을 겪고 있지만, 11월 중순부터는 국회 상임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과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임투공제 폐지 대안책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만큼, 중소기업 및 지방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 전면폐지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재정위는 12일부터 전체회의 및 조세소위 등을 열고 임투공제 폐지 대안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예컨대 임투공제를 올해말로 폐지하고, 기존의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를 확대·개편하는 방안이 논의되거나 임투공제를 한시적으로 또 다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임투공제를 정부의 방침대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업들은 투자세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분간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임투세액은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임투공제 폐지는 내년부터 추가로 인하되는 법인세와 같이 봐야 한다"며 "법인세가 예정대로 인하되고, R&D 세액공제가 확대되므로 심각한 부작용을 없을 것이다. 임투공제 폐지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박훈 교수도 "임투공제 폐지는 비과세 감면제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바람직한데, 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별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어려운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줄 수 있으나, 별도의 제도로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