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과세로 전환…상속·증여세율 인하 필요
-조세硏·중기硏 중소기업 상속 관련 토론회-
현행 상속·증여세가 자산의 적절한 활용을 저해하고 있어 먼저 증여를 받은 후 상속이 개시될 때(피상속인 사망시)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 상속시 정산과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지선 건양대 교수(세무학과)는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과)와 함께 16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 2층 국제회의실에서 한국조세연구원과 중소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중소기업 상속현황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중소기업의 조세지원제도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시 정산과세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와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에 한정해 운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제제도에서 차이를 둬 상속세보다 증여세 부담이 더 크다"며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운영하기 위해서는 증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또는 조특법에 상속시 정산과세제도에 대한 일반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의 경우 상속세의 보완이라는 증여세 기능 대신 상속세법에 상속시 정산과세제도를 도입해 20%의 단일비례세율로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향의 상속시 정산과세 제도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또한 정 교수는 "상속시 정산과세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상속세 과세 형태를 유산과세형에서 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하고,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산과세는 상속재산 총액에 대해 세금을 계산하고, 상속인들이 각자 자신이 받은 상속재산에 비례해 납부하는 과세형태인데, 이는 상속시 정산과세제도를 도입할 경우 실질적인 혜택이 다른 이에게 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 재산을 증여해 상속시 정산과세를 적용 받은 후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 비록 상속재산이 없다고 해도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면, 유산과세의 경우 배우자는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없더라도 배우자 공제 최소금액인 5억원을 공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유산과세를 상속인이 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인별로 세금을 계산하는 취득과세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또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을 현행 10~50%에서 소득세의 높은세율 수준(현행 35%, 2010년 33%)으로 인하하고, 향후에는 이보다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고율의 세율구조가 국제적 추세와 맞지 않고, 과도한 세부담이 성장잠재력 확충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현재 한정돼 운영되고 있는 상속시 정산과세제도 역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현재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의 적용 대상을 65세 이상 부모에게 23세 이상의 자녀가 증여받는 경우로 개정(현행 18세 이상 60세 이상) 해야 하고, 창업자금 한도도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창업자금을 증여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창업하고, 3년 이내에 창업자금을 당해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규정도 업종에 따라 창업기간을 달리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업자금의 과세특례 적용에 있어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자산을 제외하도록 한 현행 규정도 실질적인 창업을 억제하고 있으며, 증여세액이 상속세 산출세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환급하지 않도록 한 규정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배우자공제 및 자녀 공제 등 직계존비속간의 증여 공제 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배우자 증여시 현행 6억원에서 전액공제로 확대하고, 친족공제를 현행 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에서도 공제한도 기준을 피상속인의 사업 영위기간 8년 이상으로 축소하고, 10억원까지 전액 공제하며,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50%를 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해 내년 1월부터 가업상속시 피상속인이 사업영위기간을 현행 15년 이상시 상속세과세가액에서 30억원까지 공제하도록 한 제도를 10년 이상시 60억원, 15년 이상시 80억원, 20년 이상시 100억원까지 공제하도록 대폭 부담을 축소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