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EITC제도 도입방안 윤곽‥실효성 논란일 듯
'파격지원'보다는 '현실적 도입'에 주안점 설정
여당 선거패배 후폭풍-제도 시행에 영향 미칠까
5.31지방선거의 결과는 여당의 참혹한 패배. 패배의 원인은 형평성을 명분으로 강화된 각종 조세정책의 역효과 때문으로 지적됐다. 이제는 '빼앗는(?)' 조세정책이 아닌 '퍼주는' 조세정책이다. 한국형 EITC제도가 '퍼주는' 조세정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2일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왔던 근로소득지원세제(EITC)의 구체적인 골격이 드러났다. 비록 최종안(국회 제출)은 아니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EITC제도 자체가 가지는 속성은 퍼주기다. 쉽게 말해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낸 세금(예산)을 가지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근로유인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명분은 이 같은 퍼주기를 가려주는 좋은 가림막.
제도의 속성상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시된 제도의 면면만 놓고 보면 포퓰리즘 보다는 현실적 측면을 최대한 감안한 경향이 짙다. 오히려 현실적인 실효성 및 공평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는 모습이다.
포퓰리즘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를 꾀했지만 결과적으로 논란의 소지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 2%부족한 조화(調和)에 머무르고 말았다. 본격적인 시행(2008년 이후 단계적 실시)을 앞두고 이 부분을 얼마만큼 조율할 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한국형 EITC 도입안 어떤 내용인가
가장 핵심은 정부가 세금을 퍼주게 될 대상(수급대상)과 퍼주는 규모(수급액수)가 제시됐다는 것이다. 오는 2008년 1단계 도입대상은 전체 납세자가 아닌 '근로자'에만 한정됐다.
근로자 중에서도 재산가액 1억원이 안 되는 '무주택 근로자', 2명 이상의 부양아동(18세 미만)이 있는 '세대주', 근로소득 1700만원(비과세소득 제외, 세전소득 기준)미만인 31만 근로자 가구(가구기준)가 1단계 도입대상으로 설정됐다.
이들이 우선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지원필요성이 가장 높고 소득파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때문이다. 자영업자, 특수직 사업자(골프장 캐디 등) 등은 오는 2013년 이후에나 제도수혜권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여수준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시 제도적용을 신청한 가구에 한해 연 1회, 최대 80만원(근로소득 800만원∼1200만원)까지 지급된다. 이들에게 정부가 나눠 줄 세금(예산)은 15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정부의 용역의뢰로 연구를 수행한 조세연구원은 소득파악여건, 재정상황 등을 감안해 시행초기 적용대상을 최소한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파격적인 지원'보다는 '안정적 제도 도입'에 주안점을 두고 제도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실효성·공평성 논란 불거지나
안정적 도입이 우선이지만 시행초기 수급대상을 최소한으로 한 점(2013년 이후 전체 납세자로 확대), 수급액수가 연 1회 80만원 수준으로 제한됐다는 점에서 실효성 및 공평성에 대한 논란에 휩쌓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도 자체가 '남이 낸 세금'을 퍼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혜층에 포함되지 않은 계층(영세 자영업자, 농어민, 특수직 사업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영세 자영업자, 특수직 사업자 등의 소득파악률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전체 납세자들을 상대로 제도를 전면시행하기도 부담스럽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시행초기 수혜대상에 속하지 못한 계층에 대한 적극적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효성 논란도 예상된다. 연 1회, 최대 80만원 수급이 확정됐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매월 수급액으로 환산하면 월 6만6000원 수준. 쉽게 말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대부분 외국도 연간개념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최대치 80만원을)월별로 나눠주면 10만원도 채 되지 않아 납세자가 의욕을 느끼기 힘들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액수를 늘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최대 수급액을 80만원으로 설정한 것은 제도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라며 "지금은 제도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며 납세자가 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점차 제도가 정착되면서 급여도 늘려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막대한 재원조달 가능할까
조세연구원이 제시한 EITC시행 로드맵에 따르면 전체 납세자를 대상으로 전면확대되는 시점까지(2013년 이후) 소요되는 재원은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으로 약 31만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시작되는 1단계 시행시점에서는 1500억원, 90만가구가 수혜층으로 포함될 2단계 시행시점에는 4000억원, 150만 가구가 포함될 3단계 시행시점에는 1조원으로 소요예산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360만 가구가 수혜층이 될 전면시행 단계에는 연간 소요재원이 약 2조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의 경우도 지급액의 30% 이상이 부정수급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정수급에 따른 소요재원 증가분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 동안 소득세 자연증가분(연간 1, 2조원 수준)만 가지고도 충분히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국책사업 등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득세 증가분을 온전히 EITC재원으로 전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적용단계에서는 소득세 자연증가분만 가지고도 중산층 세부담을 올리지 않으면서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라며 "다만 사업자 시행단계 이후에는 비과세·감면 축소 및 폐지 등 별도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재원마련 방침을 검토하고 있지만 선거 등 '정치바람' 영향이 상당한 비과세·감면 축소작업이 과연 정부의 뜻대로 성사될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지방선거 패배로 인해 위기감에 감돌고 있는 여당이 정치적 선택에 따라 제도 수혜층 및 수급액수를 (정부의 뜻에 반해)대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소요재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가뜩이나 재원마련에 골치를 썪고 있는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파격지원'보다는 '현실적 도입'에 주안점 설정
여당 선거패배 후폭풍-제도 시행에 영향 미칠까
5.31지방선거의 결과는 여당의 참혹한 패배. 패배의 원인은 형평성을 명분으로 강화된 각종 조세정책의 역효과 때문으로 지적됐다. 이제는 '빼앗는(?)' 조세정책이 아닌 '퍼주는' 조세정책이다. 한국형 EITC제도가 '퍼주는' 조세정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2일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왔던 근로소득지원세제(EITC)의 구체적인 골격이 드러났다. 비록 최종안(국회 제출)은 아니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EITC제도 자체가 가지는 속성은 퍼주기다. 쉽게 말해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낸 세금(예산)을 가지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근로유인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명분은 이 같은 퍼주기를 가려주는 좋은 가림막.
제도의 속성상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시된 제도의 면면만 놓고 보면 포퓰리즘 보다는 현실적 측면을 최대한 감안한 경향이 짙다. 오히려 현실적인 실효성 및 공평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는 모습이다.
포퓰리즘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를 꾀했지만 결과적으로 논란의 소지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 2%부족한 조화(調和)에 머무르고 말았다. 본격적인 시행(2008년 이후 단계적 실시)을 앞두고 이 부분을 얼마만큼 조율할 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한국형 EITC 도입안 어떤 내용인가
가장 핵심은 정부가 세금을 퍼주게 될 대상(수급대상)과 퍼주는 규모(수급액수)가 제시됐다는 것이다. 오는 2008년 1단계 도입대상은 전체 납세자가 아닌 '근로자'에만 한정됐다.
근로자 중에서도 재산가액 1억원이 안 되는 '무주택 근로자', 2명 이상의 부양아동(18세 미만)이 있는 '세대주', 근로소득 1700만원(비과세소득 제외, 세전소득 기준)미만인 31만 근로자 가구(가구기준)가 1단계 도입대상으로 설정됐다.
이들이 우선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지원필요성이 가장 높고 소득파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때문이다. 자영업자, 특수직 사업자(골프장 캐디 등) 등은 오는 2013년 이후에나 제도수혜권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여수준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시 제도적용을 신청한 가구에 한해 연 1회, 최대 80만원(근로소득 800만원∼1200만원)까지 지급된다. 이들에게 정부가 나눠 줄 세금(예산)은 15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정부의 용역의뢰로 연구를 수행한 조세연구원은 소득파악여건, 재정상황 등을 감안해 시행초기 적용대상을 최소한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파격적인 지원'보다는 '안정적 제도 도입'에 주안점을 두고 제도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실효성·공평성 논란 불거지나
안정적 도입이 우선이지만 시행초기 수급대상을 최소한으로 한 점(2013년 이후 전체 납세자로 확대), 수급액수가 연 1회 80만원 수준으로 제한됐다는 점에서 실효성 및 공평성에 대한 논란에 휩쌓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도 자체가 '남이 낸 세금'을 퍼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혜층에 포함되지 않은 계층(영세 자영업자, 농어민, 특수직 사업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영세 자영업자, 특수직 사업자 등의 소득파악률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전체 납세자들을 상대로 제도를 전면시행하기도 부담스럽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시행초기 수혜대상에 속하지 못한 계층에 대한 적극적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효성 논란도 예상된다. 연 1회, 최대 80만원 수급이 확정됐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매월 수급액으로 환산하면 월 6만6000원 수준. 쉽게 말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대부분 외국도 연간개념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최대치 80만원을)월별로 나눠주면 10만원도 채 되지 않아 납세자가 의욕을 느끼기 힘들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액수를 늘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최대 수급액을 80만원으로 설정한 것은 제도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라며 "지금은 제도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며 납세자가 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점차 제도가 정착되면서 급여도 늘려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막대한 재원조달 가능할까
조세연구원이 제시한 EITC시행 로드맵에 따르면 전체 납세자를 대상으로 전면확대되는 시점까지(2013년 이후) 소요되는 재원은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으로 약 31만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시작되는 1단계 시행시점에서는 1500억원, 90만가구가 수혜층으로 포함될 2단계 시행시점에는 4000억원, 150만 가구가 포함될 3단계 시행시점에는 1조원으로 소요예산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360만 가구가 수혜층이 될 전면시행 단계에는 연간 소요재원이 약 2조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의 경우도 지급액의 30% 이상이 부정수급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정수급에 따른 소요재원 증가분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 동안 소득세 자연증가분(연간 1, 2조원 수준)만 가지고도 충분히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국책사업 등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득세 증가분을 온전히 EITC재원으로 전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적용단계에서는 소득세 자연증가분만 가지고도 중산층 세부담을 올리지 않으면서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라며 "다만 사업자 시행단계 이후에는 비과세·감면 축소 및 폐지 등 별도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재원마련 방침을 검토하고 있지만 선거 등 '정치바람' 영향이 상당한 비과세·감면 축소작업이 과연 정부의 뜻대로 성사될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지방선거 패배로 인해 위기감에 감돌고 있는 여당이 정치적 선택에 따라 제도 수혜층 및 수급액수를 (정부의 뜻에 반해)대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소요재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가뜩이나 재원마련에 골치를 썪고 있는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