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세계 다른 국가들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가 대통령으로서 맞이하는 첫 연준 연방통화정책회의(FOMC)를 5일 앞두고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유가가 내려가고 있으므로 나는 즉각적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다"라며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부터 통화정책 개입을 예고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불과 4일 만에 연준의 정책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준이 내주 28~29일 열리는 정책회의에서 99.5%의 확률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준은 지난 12월 FOMC에서 금리를 4.25~4.5%로 25bp 인하하며 2024년 한 해 동안 총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반영한 조치였다. 다만 연준은 12월 회의에서 2025년 금리 인하 전망치를 다소 낮추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고착적"(sticky)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관세 인상, 불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표 정책을 변수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 조정 방향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지난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특히 재정, 무역, 이민, 규제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 일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둔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내놨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행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반등해 금리가 오히려 인상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통령이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통령이 (금리 결정에 대해) 최소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첫 번째 임기 동안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으며 당시 이를 주도했던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행정부에서 두 사람이 금리 정책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퇴 요구와 관련된 질문에 "미국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해고하거나 강등할 권한이 없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의 임기는 바이든 행정부 아래 2026년까지 연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