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계약 갱신 거부해 운송 중단…"국가안보 위한 결정"
러 EU가스 수입 점유율 40%에서 지난해 8%까지 줄어
러 연간 50억달러 손실 예상…젤렌스키 "러의 큰 패배"
美천연가스 급등…30일(현지시간) 전거래일比 16% 상승
당분간 진통 예상도…몰도바 반군 지역엔 난방·온수 중단돼
◆…러시아 쿠르스크 시에서 약 30km 떨어진 우렌고이-포마리-우즈고로드 가스 파이프라인의 압축기 및 배급소 <사진 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지속되던 우크라이나 경유 러시아 가스 수출이 계약 만료에 따라 새해 첫날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던 유럽 에너지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 가스 운송을 중단했다.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일부터 만료되는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과의 운송 계약 갱신을 거부해 왔다. 이에 따라 가즈프롬은 이날 오전 5시부로 공급을 중단했다.
다만 이 같은 가스 중단이 오랜 기간 예고돼 온 만큼 2022년처럼 유럽의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유럽 가스 공급을 축소하면서 유럽은 에너지 대란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유럽은 노르웨이에서 수입하는 파이프라인 가스와 미국 및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LNG를 통해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유럽가스 인프라는 러시아산이 아닌 가스를 공급할 만큼 유연하다"며 "2022년 이후로 천연가스 수입 능력이 상당히 강화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던 마지막 EU 국가인 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 또한 대체 공급원을 마련했으며 헝가리는 흑해를 가로지르는 터크스크림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 가스를 계속 수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반세기가 넘도록 러시아에 의존해 온 유럽 에너지 시장의 지형이 대격변을 겪고 있다.
AHBD의 가브리엘 오디아세 분석가는 "러시아의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의 나프토가즈 간 해당 계약은 러시아 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계약 만료는 유럽의 가스 공급과 시장 역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이사회에 따르면 EU의 가스 수입에 있어 러시아 점유율은 2021년 40% 이상에서 2023년 8%까지 줄었다.
로이터는 이번 계약 만료로 우크라이나는 연간 약 10억달러의 운송 수수료 손실을, 러시아는 약 50억달러의 가스 판매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매체는 러시아 국영 기업인 가즈프롬이 새로운 구매자인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려고 하고 있으나 지난해 유럽으로의 판매 감소로 인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69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러시아)의 큰 패배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미국이 유럽에 더 많은 가스를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유럽의 진정한 파트너들이 시장에 더 많이 참가할수록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의 부정적 영향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2월 인도분 선물 가격 종가는 16% 폭등하며 사상 최고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1월 유럽 일부 지역과 미국 동부 지역에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럽이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이날부터 소비자들에게 가스 운송 요금을 4배 인상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이웃국인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이번 사태로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데이터 기업 우드 매켄지의 마시모 디 오도아르도 수석 가스 연구원은 이번 계약 만료로 인해 유럽이 다음 겨울을 대비해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슬로바키아의 로버트 피코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의 가스 흐름 중단이 EU에 극심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러시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