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일부 한국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수요 감소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우려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인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현지 상황으로 퀘벡에 있는 자사 공장의 완공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 케니 김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자동차 시장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를 어느 정도까지 삭감할 것인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그는 취임 후 신차와 경트럭의 연비 요건을 대폭 낮추고,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도 폐지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세액 공제, 기타 인센티브를 종료하면 수만 개의 미국 일자리가 위협을 받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던 수년간의 노력이 무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미국의 주요 파트너인 한국 기업의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미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고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GM과 포드 모터스에서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용 전구체 소재를 공급하는 에코프로 머티리얼즈의 김병훈 대표는 "우리는 전기차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모든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IRA를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지켜봤다. 미 정책에 변화가 있다면 우리도 전략을 바꿔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짓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 투자에 10조5000억원(75억400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인수팀은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을 맡은 비벡 라마스와미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관련 시설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의 3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미국에 15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는 한국, 중국, 일본이라는 세계 3대 배터리 허브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라며 "이들 중 절반은 지난 2022년 IRA가 발효된 이후에 나왔다"고 짚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GM의 핵심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까지 약 1조원(7억7300만달러)을, 포드의 파트너인 SK온은 지난 1~3분기 동안 미국에서 약 211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을 허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지난달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CATL은 트럼프가 취임하면 미국 공장 건설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 공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중국의 미국 진출은 한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중국 배터리 회사는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배터리 공장 대부분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지역에 있어 트럼프가 배터리 공제 혜택을 삭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일부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