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인세 수입 10년 만에 8배 증가한 375억유로 예상
글로벌기업, 역외 조세 회피 단속에 아일랜드로 눈 돌려
법인세 15%로 인하 공약한 트럼프의 감세 정책 변수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사진=로이터통신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아일랜드의 예상 법인세 수입은 375억 유로(약 55조원)에 달한다. 이는 아일랜드가 10년 전인 2013년 46억 유로(약 7조 원)의 약 8배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높은 재정 수입을 올린 배경에는 낮은 법인세율에 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5%로 미국보다 6%포인트가 낮다. 아일랜드는 지난해까지 최근 20년간 법인세 세율을 유로존 최저 수준인 12.5%로 유지해왔다.
올해부터 주요국 다국적 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매기는 글로벌 최저한세가 시행돼 아일랜드의 법인세 세율 역시 기존 12.5%에서 15%로 2.5%포인트 올랐다. 단 해당 세율은 연간 매출이 7억 5000만 유로(약 1조 원)가 넘는 기업에만 적용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10년간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역외 조세 회피를 강력히 단속한 것도 주효했다. 각국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자 애플,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등 다국적 기업들이 차선책으로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자리를 잡았다.
세수가 급증하면서 아일랜드 정부는 겨울 에너지 관련 바우처 지급, 아동수당 등 복지 혜택을 비롯해 풍력발전소, 홍수 방지 시설 건설 등 인프라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겪었던 극심한 경제위기와 대조를 이룬다. 지난 2010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는 이후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꾸면서 외부 변수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지출 확대가 경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머스 코피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 의장은 최근 정부 지출의 급증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정책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미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아일랜드와 동일한 15%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해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업들의 이익이나 지적재산을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유도한다면 아일랜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00여개의 미국 기업이 아일랜드 노동력의 약 15%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내는 세금은 아일랜드 전체 세수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