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채무조정자만 올들어 11만여명…'60대 이상 고령층 급증'

고금리·고물가로 생활고 시달리는 사람 늘어

재기 어려운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 15% 육박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후 상환이 어려워져 채무조정 절차를 밟는 개인이 올해 들어 벌써 1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채무조정 확정 건수는 8월 말 기준 11만5721명이다.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2022년 12만1095명이었던 채무조정자 수는 고금리·고물가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38% 급증한 16만7370명을 기록했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 불이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8월 말 기준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는 1만7128명으로 전체의 14.8%에 달했다.

이강일 의원실은 올해 60대의 신용회복 프로그램 이용률이 12.2~16.8%, 70대 이상은 18.1~23.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젊은층에 비해 재취업 문이 좁은 데다 건강 악화 등의 문제로 재기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20~50대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일 의원은 "불경기로 인한 고령층의 채무 불이행이 심화하면서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