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해리스 흑인 표심 동반 구애…"투표로 트럼프 물리쳐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를 비난하고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법관 인사와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기숙 학교를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승리의 핵심이 된 펜실베니아 및 그 외 지역의 흑인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민주당의 의제가 흑인의 삶을 개선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분노, 적개심, 증오의 장소로 만들도록 내버려둔다면 나는 저주받을 것이다. 내 질문은 간단하다.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는가"라며 군중들에게 자신과 해리스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지난 2020년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과잉 진압으로 살해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람(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신이 플로이드의 죽음에 평화적으로 시위할 때 최루탄을 쏜 인물과 같다"고 했다.

30년 전 일명 '센트럴파크 파이브' 사건과 관련해서도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유죄라고 부르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저격했다. 당시 경찰은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던 20대 백인 여성에게 구타와 성폭행을 한 범인을 추격하던 중 흑인과 히스패닉계 10대 소년 5명을 지목했으나 진범이 뒤늦게 자백하면서 누명을 벗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피부색 때문에 주택 신청을 거부하는 집주인"이라며 "그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고, 신나치 제3제국 용어를 사용하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4년 전 선거 유세에서 한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빚을 탕감하고, 치안 관행을 바꾸고, 전국 법원에 흑인 판사를 임명하고, 처방약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흑인 유권자들은 나에게 엄청난 믿음을 줬다"며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에 충실하면서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은 몇 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들이 퇴임해 교체 기회가 생긴다면, 3명의 진보 대법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법관'들은 이미 투표권을 제한하고 낙태권을 폐지했으며, 소수 인종 우대를 철폐했고 더 많은 부정적 일들을 했다"고 규탄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트럼프는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위해 대법관 3명을 직접 뽑았다"면서 "그가 의도한 대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에 누가 앉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는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뒤집고 수백만 흑인 가정을 위한 의료보험과 사회 보장을 철회하려 했던 인물"이라며 "우리는 트럼프를 물리쳤다. 여러분의 표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다시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승리했다. 퓨 리서치 센터 분석에 따르면 당시 흑인 투표의 92%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쏠린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뉴스와 모닝 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준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7개 경합주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68%로 지난 2020년 대선에 비해 주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