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韓, 경제문제·정치적 이유로 강경 대응"
"낮은 인플레이션은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
◆…사진=로이터통신
#. 서울에 사는 김수연(32)씨는 마트에 가면 감자칩 봉지를 흔들어 포장이 가벼워졌는지 확인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김씨는 "기업들이 교묘하게 제품의 양을 줄여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 와사비맛 아몬드 제품이 20ｇ 줄어든 것을 확인한 회사원 최시연(28) 씨는 "가격을 올렸다면 적어도 일부 소비자들이 눈치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꼼수 가격 인상'으로 지적되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앞서 정부는 기업들의 제품 가격 꼼수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지난달 중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최근 1년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제품 포장지와 웹사이트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용량 변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 조사팀도 구성하고 있으며, 과태료 부과도 검토 중이다.
WSJ은 세계 각국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면서 많은 국가가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지 못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직접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문제가 불만요소로 가장 많이 꼽히자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한국 연간 성장률이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지지율이 30% 중반에 머물러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플레이션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식품 가격 상승은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전년 대비 6.3%의 상승률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의 9.1%나 영국 11.1%보다는 낮지만 한국의 식품 가격이 수십 년 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최근 오름세는 큰 불만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한국인이 물가 상승을 주요 이유로 내년 소비를 줄일 계획이라는 최근 조사 결과도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담당관을 지낸 랜달 존스는 "낮은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간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였으며, 이는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가 민간 투자를 위한 좋은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한국인들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