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간 비교분석·시사점
전일제(주 40시간 근무)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는 것에서,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늘리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현재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발간한 'KDI 포커스-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에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현재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당히 긴 수준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전체 취업자 1인당 연 1901시간 근로를 하고 있는데, OECD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 더 길다. 다만 취업형태가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연간 근로시간 통계수치를 국가 간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섭 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크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은 탓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비교적 길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KDI의 분석에선 어떤 국가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때, 그 국가의 1인당 연 근로시간은 10시간 내외 증가했다. 반면,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1%포인트 늘면, 1인당 연 근로시간은 약 9시간 줄어든다.
각국의 자영업자·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같다고 가정하면, 국가 간 연 근로시간 격차는 상당히 감소한다고 한다. 2021년 기준 한국과 분석대상 OECD 30개국 평균과의 1인당 연 근로시간 격차는 246시간이었으나, 조정 이후는 181시간으로 약 31%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자영업자·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이 비교적 '장시간 근로 국가'라는데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전일제 근로 아니면 구직 포기라는 이분법적 노동시장 여건하에서는 유자녀 근로자와 같이 시간 제약이 큰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이는 유자녀 근로자의 경력단절과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해, 다양한 계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목소리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 및 고령층 등 다양한 계층의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라 유연한 근로시간 선택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고용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기존 근로자의 재교육 및 직업훈련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서도 근로시간의 유연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