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푸틴 멘토' 두긴 딸 사망, 우크라 정보기관이 주도"

지난해 발생한 러시아 극우 사상가 딸의 암살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보안국(SBU)'이 주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러시아의 저명한 극우 민족주의 사상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라 평가되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사망한 사건의 배후가 SBU라고 지목했다.

두기나는 지난 8월 모스크바 외곽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차량이 폭발해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두긴과 두기나는 모스크바 인근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두기나가 두긴의 차를 혼자서 몰고 가다 차량이 폭발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자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같은 범죄 국가도 아니고 테러리스트 국가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전현직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의 정보 및 보안 관계자 20여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당 기사를 작성했으며 다양한 출처를 통해 세부 정보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WP는 또 SBU와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이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개월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일하는 러시아 관리, 러시아에 협력한 우크라이나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러시아인 등을 겨냥한 수십 건의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WP는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두 차례 발생한 폭발을 비롯해 러시아 크렘린궁 지붕으로 드론이 날아들고, 흑해에서 러시아 함정의 선체에 폭발로 구멍이 나는 등 일련의 사건들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을 러시아에 맞선 협력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대대적인 사업에 착수했다고 WP는 전했다. 그 일환으로 CIA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에 선진 감시 시스템을 제공하고, 요원들을 훈련해주며,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WP의 취재에 응한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CIA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에 의한 러시아 요인 암살 작전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의 정보 수집 능력 강화를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