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5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무분별한 농산물 저율관세할당 운용으로 농민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사진은 전남 무안군 해제면 한 밭에 수확한 양파가 망에 담겨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농수산물 저율관세할당(TRQ) 운용정책을 두고 시민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적지 않은 농수산물의 저율관세할당 수입을 저울질하고 있는데,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상품까지 포함되면서 무분별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낸 성명서에서 "정부 계획에 따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9월 1일 '2023년 양파 2차 세계무역기구(WTO) TRQ 실수요자 배정 공고'를 올리고 수입 추천서를 업체들에 발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러한 정부의 농산물 TRQ 운용에 따른 농민 피해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추석민생대책(8월31일)을 발표하면서, 양파는 이미 도입된 TRQ(관세 50%) 증량 9만톤 중 1만톤을 9월 중에 도입하기로 했다.
경실련은 "농산물 가격안정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들고 있지만 양파의 경우 이미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는데도, TRQ 증량 물량을 모두 채우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농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엔 aT의 올해분 TRQ 쌀 구매입찰(9차) 공고도 있었다. 경실련은 "쌀의 경우에도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 운운하기에 바쁜 정부가 추가적인 쌀 수입에 나서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가 TRQ 도입 계획을 발표한 품목은 마늘·건고추·계란·쇠고기·돼지고기 등이며, 심지어 생강도 있다. 물가지수 가중치가 0.3%(전체 가중치 1000중에서 생강은 0.2, 양파는 1.0)도 안 되는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TRQ 운용이라는 시각이 짙다.
TRQ는 일정 물량까지는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시장접근기회를 보장하면서도, 수입농산물이 내수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경실련은 "그러나 TRQ 도입목적에 맞게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TRQ 물량이 풀리면 저가 수입농산물이 시장에 유통되어 국내농산물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될 위험이 크고, 그 물량에 따른 가격하락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고 특정 수입업체가 폭리를 취할 우려도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더 이상 농민들의 희생이 뻔히 보이는 수입의존 방식으로 물가대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TRQ도입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