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시장 선점하기 위해 미·중 경쟁 치열
배터리 광물, 자동차 한 대당 최대 2000유로 가치
폐쇄루프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 시작
◆…폐차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보관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화재 안전 컨테이너.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IRA법에 따르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을 북미에서 재가공하면 원산지를 미국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미국산 재활용 배터리를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현재 중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정책을 일찌감치 펼쳐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조사업체 EMR은 중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22년 110억 달러(약 18조 9000억 원)에서 2028년 180억 달러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역시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쟁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미국 정부는 배터리 재활용으로 204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구리, 리튬, 코발트·니켈 수요의 55%, 25%, 35%가 각각 충당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10개 프로젝트에 약 74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업에 31억 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22일(현지시간) 배터리 재활용 시장과 관련해 12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자동차업체 BMW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토마스 베커는 로이터에 "배터리에 들어있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광물들은 자동차 한 대당 평균 1000유로에서 2000유로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미국 네바다주에 배터리 재활용 및 재제조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20억 달러의 정부 대출을 받은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의 JB 스트라우벨 CEO는 "재활용 배터리 소재는 광산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채굴한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 '어센드 엘리먼츠' 사진=어센드 엘리먼츠 홈페이지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 '어센드 엘리먼츠'는 당초 유럽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IRA법에 따라 5억 달러에 가까운 인센티브 지원을 받으면서 조지아주 공장을 비롯해 켄터키주에도 배터리 재활용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마이크 오크론리 어센드 엘리먼츠 CEO는 "IRA는 배터리 재료에 대한 수요 방정식을 바꾸었다"며 "우리는 귀중한 재료를 잘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전기차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알틸리움 메탈스의 최고기술 책임자 크리스찬 마스턴은 "폐쇄루프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폐쇄루프 공급망이란 기존의 생산방식인 자원을 채굴한 후 이를 사용하고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용 중인 자원을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모두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자신이 공급망을 통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차량 해체업체 작업자들이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자재와 부품을 추출하기 위해 차량을 분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한편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배출되는 전기차 배터리 양이 많지 않다보니 대다수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배터리·양극재 공정 중 나오는 스크랩(Scrap)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폐배터리 파·분쇄 과정에서 전해액이 누출되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이 핵심 과제다. 또 폐배터리 추출 작업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양극재 원료에 집중돼 있어 부가가치가 낮은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틸렌 등은 버려지는 구조다. 이때문에 전기차 도입의 가장 큰 이유인 '친환경'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