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절차 하루전 뉴욕 도착…"마녀사냥, 미국이 지옥으로"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주 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기소 절차를 밟기 위해 하루 전인 3일 뉴욕에 도착했다.

CNN,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을 출발한 지 2시간 30여 분 만인 이날 오후 3시 38분께 뉴욕시 퀸스 라과디아 공항에 착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출발 직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WITCH HUNT(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푸른색 정장을 입고 빨간색 넥타이를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내 뉴욕시 맨해튼의 번화가인 5번 애비뉴에 위치한 트럼프타워로 향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트럼프타워 맞은편 바리케이드 너머로 취재진과 지지자, 행인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광경이 연출됐다.

오후 4시 15분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럼프타워 앞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동요했다. 저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손을 들어 인사한 뒤 트럼프타워로 입장했다. 트럼프는 이곳에서 하룻밤 머문 뒤, 다음날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법원에선 재판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소 내용을 고지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의사를 확인하는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다. 기소인부절차에 앞서 맨해튼 지검에 출석해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촬영 등의 절차도 별도로 진행한다.

약 24시간의 짧은 일정을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가 이날 밤 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을 앞두고 뉴욕 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 법원 출석이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연방의회 소요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뉴욕경찰(NYPD) 등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약 3만5000명의 경찰관들에게 대기명령을 내린 상태이며, 1.6 연방의회 난입사태 당시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선동이 폭력 시위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인터넷 상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 프리들리의 발전시설을 둘러보던 중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 이후 뉴욕에서 불안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뉴욕 경찰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사법체계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앞서 맨해튼 대배심은 지난달 30일 성인 여배우와의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건네며 회계 문건을 조작한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미 정부 수립 이래 전·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