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법 무력화' 입법에 반기 든 국방장관 해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의 '사법 정비' 입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국방부 장관이 해임됐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이날 저녁 트위터에 "복무를 거부하는 자들에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썼고, 해임 통보를 받은 갈란트는 "이스라엘의 안보는 언제나 내 인생의 과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의원이기도 한 갈란트는 전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연립정부가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회의 분열이 군 내부까지 퍼졌다. 이는 국가 안보에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위협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사법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지만, 주요 변화는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입법 절차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 남부 사령관 출신인 갈란트는 여권의 사법 정비 입법에 대한 예비군의 반발이 커지고 현역 군인들까지 동요하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정비 입법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에 갈란트는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 정비' 입법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기능을 축소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2주째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 전력의 한 축을 이루는 예비역 군인들도 이에 동조해 잇따라 훈련 불참과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이날 국방부 장관의 해임 소식이 퍼지자 이스라엘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국기를 든 채 거리에 나와 수도 텔아비브의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최소 2곳에서 불을 질렀다.

예루살렘에서는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 사저 외곽의 경찰 저지선을 넘는 등 국방부 장관의 해임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