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스팩-비상장법인 합병, 반드시 높은 수익 직결 아냐"
합병 성공에도 12건 공모가 하회...일반투자자 평균 10억원 손실
증권사, 일반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합병 추진 가능성
기관, 합병 전 대부분 처분...스폰서 견제에 한계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은 9일 "스팩 투자와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유의를 당부했다.
스팩은 다른 법인과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법인을 말한다. 지난해 스팩 IPO 건수는 45건으로 2020년 19건, 2021년 25건 대비 빠르게 증가했다.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투자운용사 등은 스팩 설립 시 발기인으로 '스폰서'가 된다. 증권사는 대표발기인이자 IPO 인수인, 합병 자문인으로 설립·경영·합병 등 전반을 주도한다.
스팩은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는 상장을 통한 성장경로를, 투자자에게는 M&A에 대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일반투자자 대비 스폰서에게 유리한 거래조건과 기관투자자들의 스폰서에 대한 견제 부족 현상은 문제로 꼽힌다.
IPO 규모는 평균 90억원이다. 공모가(일반투자자 투자단가)는 통상 2000원으로 스폰서 투자단가(통상 1000원)의 2배다. 스폰서는 보통주 외에 전환사채(CB) (전환가격 1000원) 형태로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권사(대표발기인)는 인수인으로 참여하며, 건당 3억원 또는 공모금액의 3%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인수 수수료의 50%만 IPO 즉시 수령하며, 잔여 50%는 합병 성공 시에만 수령한다.
이에 증권사는 낮은 투자단가, 자문업무 수행, 합병실패 시 손실 등으로 일반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기관투자자는 IPO 배정 주식을 합병 전에 대부분 처분해 합병가액 적정성 판단과 스폰서 견제에 한계가 있다. 이들 중 95.4%가 공모참여 후 합병 전 주식을 처분해 합병 주주총회 시 의결권 비율은 24.4%에 불과했다.
스팩의 합병 성사 여부에 따른 투자자별 손익 현황을 살펴보면, 합병 성공 시 일반투자자는 지난해 투자원금(83억원)의 62.1%(52억원)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대상(54건) 중 42건은 합병신주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았다. 그러나 12건은 공모가를 밑돌아 평균 10억원(-12.7%)의 손실을 기록했다.
스폰서의 경우 투자원금(19억원)의 210.0%(39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스폰서 중 증권사(대표발기인)는 투자이익(20억원) 외 인수·자문수수료 등도 수취해 수익이 268.7%(25억원)에 달했다.
합병 실패 시 일반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 사례는 없었다. 공모금액의 90% 이상을 예치하고 보유재산을 우선 지급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폰서는 후순위로만 잔여재산을 청구할 수 있어 손실이 발생했다. 해산된 스팩 24건의 경우 평균 스폰서 손실액은 3억원, 최대 4.3억원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병가액 산출근거, 합병자문인의 과거 자문 내역 및 합병 후 주가현황,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비율 등을 합병신고서로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스팩 IPO 및 합병 증권신고서에 투자주체간 이해상충 요소 등이 충실히 기재되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