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부동산 그림자금융 리스크 진단' 보고서
은행대출 연평균 7.2% 늘 때 부동산 그림자금융 17.8% 증가
"부동산 가격 급락 시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우려"
2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진단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876조원으로 2014년말(246조원) 대비 3.6배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7.8%로 같은 기간 상업은행의 대출잔액 증가속도(7.2%)와 비교해 2.5배 빨랐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나 은행보다 규제 수준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이중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부동산을 매개로 자금 중개나 신용 창출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PF 유동화증권, 부동산신탁, 부동산펀드 및 특별자산펀드를 말한다.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거나 부동산금융 취급 기관이 부실화되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PF 관련 자금경색 위기가 대표 사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그림자금융 중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체 그림자금융 규모 중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발표한 글로벌 그림자금융 통계에 따르면 그 비중은 2014년말 40%에서 2021년말 62%로 급증했다.
이 선임은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다른 금융회사나 건설회사의 손실로 빠르게 전이되고, 보유 부동산의 급매 출회로 부동산 가격이 더 크게 하락하는 등 악순환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본시장과의 상호연계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부동산 PF 시행사가 유동화전문회사를 끼고 PF 대출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증권사는 이에 대한 채무보증을 수행한다. 이때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PF-AB전단채 등이 원활히 발행되지 못하면 증권사와 부동산 PF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비은행 중소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고위험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취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자본연이 지난해 9월말 기준 부동산 PF 브릿지론 대출 및 채무보증을 수행한 22개 증권사에 대해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져(노출액) 비중을 살펴본 결과,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증권사일수록 PF 익스포져 비중이 높았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복잡성이 매우 큰 점도 부실 발생시 시스템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부동산 PF 사업장은 분양 완료까지 약 3년이 걸리는데 통상 3개월 만기의 PF-ABCP와 PF-AB전단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만기 미스매칭(부조화) 위험이 있다.
이 선임은 "3년 기간 중 한 번이라도 PF 유동화증권 발행이 원활하지 않으면 부동산 PF 사업 단계에서 금융회사나 건설회사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선임은 "비은행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이 단기 성과보수 극대화를 위해 고위험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을 늘리지 않도록 성과보수 체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어 "부동산 그림자금융 전체에 대한 위험요인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동산 그림자금융으로 인한 예상 손실과 전이 손실을 측정하고 손실에 비례하는 만큼 충당금을 적립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