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보증에 7500억 사업비 조달 성공...19일 상환
부동산 규제 완화에 ABCP 차환 위기 해소
증권업계 PF 우발부채 과다...연착륙 여부 관건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조합이 자금조달에 성공하면서 증권업계가 한숨돌리는 모양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문제는 여전히 업계의 취약고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조합은 지난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을 받아 75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조달하기로 했다. 이번 대출에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 5곳이 참여했다.
조합은 17일까지 일반분양 계약금을 받아 7231억원 규모의 PF 사업비를 상환해야 했다. 일반분양 계약률이 77%를 넘겨야 일시상환이 가능해 미분양 우려가 제기됐었다. HUG의 대출 보증 덕분에 19일에 맞춰 상환할 수 있게 됐다.
둔촌주공이 위기를 벗어난 데는 앞서 발표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의 영향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3일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전매제한기간 단축(8년→1년), 2년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12억원) 폐지 등을 발표했다.
이에 분위기가 급반전하면서 PF-ABCP 위기가 해소됐다. 차환이 제때 되지 않으면 신용을 공여한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떠안아야 했다.
증권업계는 한시름 덜었지만 PF와 관련한 근본적인 리스크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우발부채 중 브릿지론(19.6%)과 중·후순위 본 PF(15.9%)가 차지하는 비중은 35.5%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본 1∼3조원 규모의 중형 증권사는 브릿지론(27.9%)과 중·후순위 본 PF(41.4%)의 합산 비중이 69.3%로 대형사의 2배에 달했다. 자본 1조원 미만의 소형 증권사(76.5%)의 경우 각각 30.8%, 45.7%로 더 높았다.
브릿지론은 사업 인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단계에서 이뤄지는 고금리 단기대출 성격으로 토지매입 위험, 인허가 위험, 본 PF 미성사 위험을 안고 있다.
착공 이후의 본 PF는 미분양 위험, 시공사 위험, 준공 위험이 상존하는데 특히 중·후순위 본 PF의 경우 선순위 본 PF보다 변제 순서가 밀리는 만큼 리스크가 큰 우발채무로 분류된다.
올해 증권업계의 신용도를 결정하는 건 부동산PF의 연착륙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PF는 대부분 기준금리 1% 내외 시기에 시작됐는데 급격한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를 넘어서면서 PF의 사업성이 크게 악화했다"며 "브릿지론을 많이 취급하는 증권업종은 부동산PF 연착륙 여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여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윤재성 수석연구원도 "증권사 우발부채의 상당 부분이 PF ABCP로 구성돼 있어 단기금융시장 경색 시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고 ABCP 차환가능성 저하에 따른 우발부채의 현실화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부동산금융 의존적인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거나 고위험 익스포져를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