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보호 위해선 "물적분할 등 주총 안건에 전자투표 의무화해야"

21일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제도 활성화' 세미나 열려
 
“주총 실시간 중계 넘어 전자주총 시행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전자투표나 전 주주 대상 위임장 권유 중 택일 의무화”
 
“비대면 본인확인 도입·인증결과 투명하게 공유... 서면위임장 허점 개선해야”

'물적분할·합병 같은 주요 안건, 전자투표 불가 경우 많아... 실효성 논란 있어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주주권 보호를 위한 전자투표제도, 전자위임장 제도의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물적분할이나 합병과 같은 주요 안건은 전자투표가 불가한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자투표란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하는 제도다. 2010년 5월부터 전자투표제가 도입돼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도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예결원의 전자투표플랫폼(K-eVote) 이용자 집계 결과, 12월 결산법인 기준 연도별 전자투표 채택회사 수는 올해 들어 974개사로 2018년(489개사) 대비 2배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제출자료를 포함하면 올해 전자투표 이용회사 수는 1669개사에 달한다.

그러나 물적분할이나 합병과 같은 주요 안건은 사실상 전자투표가 불가한 경우가 많아 실효성 논란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일례로 HL만도(주)는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자투표를 채택하지 않았다. 한컴위드, 동원산업, 유니드비티플러스, 에이프로젠제약 등도 마찬가지였다.

황 위원은 “정관변경이나 합병, 분할처럼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전자투표 채택을 의무화해 주주 권익 보호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며 “전자투표를 소수주주권으로 규정해 주주제안권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주총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면 그 방식도 전자투표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자적 소집통지 제도를 보완하고 주주의 이메일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자투표 제도운영 상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주주 의사의 명확한 반영을 위해 수정안건 제출 시 기권 처리하고 찬성, 반대, 기권 외 중립적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 위원은 “우리나라는 실시간 주총 중계만 가능하다. 전자주총 시행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전자투표 종료일을 전일로 제한한 부분을 삭제하고, 현장생략형 주총 허용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장영수 변호사도 “상장회사에 대해 전자투표나 전 주주 대상 위임장 권유 중 택일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란 권유자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위임자 용지와 참고서류를 게시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행동주의 캠페인 사례를 바탕으로 전자위임장 활성화를 강조했다. 얼라인은 올해 에스엠 정기 주주총회에서 참석 유효 의결권의 81% 찬성률로 감사 선임에 성공했으며, 이후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지속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 대표는 “국내 행동주의 캠페인은 소유자 증명서 발급의 진입장벽이 높고 주주명부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수동적인 위임장 수거, 참여주주 간 소통 부재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임시장은 오프라인 의존성이 매우 높다”며 “행동주의 캠페인은 결국 주요 안건의 표 대결이다. 주주소통·결집 측면에서 제한적인 주주명부 정보와 전자투표제의 기능에 따라 오프라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봤다.

이 대표는 서면위임장의 허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본인이 아니더라도 신분증 사본만으로 손쉽게 위조 가능한 상황인데 본인확인에 대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사전 배경지식 없이 찾아오는 낯선 오프라인 방문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주총회에서 서면위임장 심사에 불필요한 갈등과 자원이 소모된다”며 “비대면 본인확인을 도입하고 인증결과를 발행회사와 투명하게 공유해 주총 당일 원활한 위임장 심사 및 진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를 유도하려면 적극적으로 주주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주주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익'이다. 행동을 통해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캠페인과 함께 투표서비스를 개편한다면 엄청난 파급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