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법인세제 개선방향' 자료집 발간
높은 세율·복잡한 과세체계로 기업들 '신음'
"법인세 감세, 대기업만 혜택 보는 부자 감세 아냐"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폐지 등 제도 개선 시급"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내놓은 자료집을 통해 "높은 법인세 부담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라고 했다.(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의 법인세가 기업들에게 큰 경영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인세제 경쟁력으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재계에서는 "대한민국 성장 엔진인 우리 기업들이 과도한 법인세로 신음하고 있다"며 법인세제를 대거 손질해 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氣-UP) 위한 법인세제 개선방향'이란 제목의 자료집을 회원사, 국회, 언론사 등에 배포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는 법인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자료집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권에는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의 현주소와 법인세 감세의 필요성을, 제2권에는 법인세 주요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담았다.
세율은 높고 과세체계는 복잡…이러니 경쟁력 떨어질 수밖에
자료집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7.5%, 지방세 포함) 순위는 OECD 38개국 중 10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과 법인세수 의존도를 나타내는 총 세수 대비 법인세수 비중도 해외 주요국(G5, OECD) 대비 높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4단계의 누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주행하고 있단 평가가 많다. 이렇게 높은 법인세율과 복잡한 과세체계로 인해 한국의 법인세제 경쟁력 순위는 OECD 38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경쟁력 순위는 2018년 28위에서 2019~2020년 33위로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전경련은 자료집을 통해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의 투자․고용이 촉진되고, 주주·근로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와 사회 전반에 그 혜택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이 촉진되어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법인세 감세는 현재의 극심한 자금사정 압박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금융 방어적 수단이 될 것으로 봤다.
"법인세 감세, 부자감세 아냐…중소·중견기업도 혜택"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을 27.5%에서 24.2%로 내리고, 과표구간은 4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중소·중견기업은 과표 5억원까지 10% 특례세율(기존 20%)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법인세 감소가 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전경련은 "법인세를 부담하는 실질적 주체는 주주·근로자 등이고, 기업 규모와 주주·근로자의 소득수준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규모가 큰 기업을 부자로 인식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했다.
법인세 감세가 재정난을 유발하고,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이 아직까지는 양호한 상황이며, 감세가 장기적으로는 세수 증대를 가져와 재정 확충에 기여한다"고 했다. 또 법인세 감세는 기업의 투자·연구개발(R&D) 활성화를 유도해서 경제의 공급능력을 높일 수 있단 점에서, 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 감세가 '실제로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경련은 "2008년 법인세율 인하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가 선방했던 전례가 있다"고 했다. 실제 2008년 법인세율이 27.5%에서 24.2%로 내려간 뒤에, 2009년 국내 상장기업 투자는 전년 수준을 유지(-0.4%)했으며 2010년엔 투자가 전년과 비교해 24.7% 늘었다. 미국,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 인하로 높은 성장을 이룩한 해외 사례도 존재한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법인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법인세제도 손질되어야 한단 목소리다. 전경련이 제시한 제도 개선 5대 과제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폐지, R&D 세제지원 확대, 결손금 이월공제 한도 상향, 기업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비과세, 최저한세 제도 폐지다.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는 기업이 ①투자 ②임금증가 ③기업 간 상생협력 지출로 사용하지 않고 유보한 소득에 법인세를 추가로 매기는 제도다.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소득에 추가 과세되면서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법인세 제도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서 불합리한 법인세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