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 시민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WP는 4일(현지시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1995년 삼풍 붕괴의 유령을 소환하다' 제하 기사에서 "한국이 삼풍 이후 30년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WP는 1995년 502명이 숨진 상품 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해 "삼풍 백화점은 한국 전쟁 이후 황폐해진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의 부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었다"면서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고 신흥 부국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도 무너졌다"고 했다.
매체는 이어 "당시 현대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열망이 건설업자와 공무원들로 하여금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게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혹이 일었다"며 "삼풍백화점에는 사고 직전까지 붕괴 조짐이 차고 넘쳤는데도 백화점 경영진이나 관련 당국 공무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참사 6개월이 지나서야 사고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사람들에게 일깨웠고 사회 지도층이 연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당시 건축물 안전에 대한 정부 감독이 강화되고, 과실치사에 대한 처벌 강도가 세지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고 WP는 덧붙였다.
WP는 이런 배경에서 150여 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WP는 "이태원 참사는 한국을 또다시 낯익은 유령들과 마주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한국은 삼풍 참사 이후 30년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WP는 참사 발생 전부터 위험이 예고됐다는 점,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대응도 과거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WP는 "군중 충돌이 심각해지기 몇시간 전부터 긴급전화가 쇄도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며 "경찰 측은 이태원에 약 10만명 인파가 쏟아질 거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137명 경찰을 배치했다고 비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풍 참사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에 경종을 울렸다면, 이태원 참사는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과 가수 방탄소년단의 활약 등 한국이 글로벌 문화 중심지로서 전 세계에 존재감을 떨치던 중에 발생했다고 WP는 분석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이번 참사에서 20여 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 '쿨'한 것이 있다"며 "하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은 갖추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안타깝다"고 했다.
더든 교수는 "두 참사 모두 ‘손댈 수 없다’, ‘무책임함’의 수준을 가정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그 대가로 인간의 생명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모든 비극이 얼마나 예방 가능했는지를 깨닫는 것은 너무 슬프고 특히 유족들은 분개할만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