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 1500원 시대 맞이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증폭
코스피, 2년 2개월 만 장중 2150대
무역수지, 경상수지 모두 '빨간불'
추 부총리 "환율 필요 이상으로 오르나, 불안해 할 필요 없다"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돌파한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달러-원 환율이 치솟아 연일 연고점을 새로 쓰고, 주가는 폭락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라는 식으로 대응, 되레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환율 급등, 주가 폭락, 무역 적자.. 총체적 난국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0원 오른 1425.5원으로 출발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30원대를 넘어서 1441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440원대를 넘은 것은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 1488원 이후 처음이다.
올해 1월 환율은 1200원 수준이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과 맞물리며 지난 8월에 1300원 중반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이달 22일(한국시간 기준) 연준이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밟자, 14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엿새 만에 40원, 하루 새 14원 올라 결국 1440원을 넘겼다. 곧 1500원 시대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전 세계적 '강달러' 현상에 의한 것이라 원화 혼자 이 상황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날 유럽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14.62까지 치솟았다. 이는 1년 사이 21.49% 상승한 것으로 20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원화가치도 21.93%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강달러 분위기에 같이 휩쓸리는 상황이다.
환율이 급등하며 연고점을 넘어서자 주식시장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년 2개월 만에 장중 2150대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2년 9개월 만에 670대로 내려 앉았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내다 팔며 지수와 원화 가치를 동시에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2980대로 시작한 코스피는 약 10개월 만에 약 28% 하락했다. 1037대로 시작한 코스피도 같은 기간 약 35% 빠지며 이날 670대를 오가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연초 대비 주가가 모두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무역수지도 비상사태다. 원화가치 하락은 무역수지 적자 폭과 수입물가 상승에 기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물가상승 관리 측면에서 불리하다.
지난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292억달러(잠정치)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무역적자 폭은 251억달러(확정치).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태세다.
적자의 주요 원인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다. 특히 9월 1~20일까지 천연가스 수입액은 106.9%나 증가하며, 전 세계적인 천연가스 공급부족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 교역의 풍향계라는 한국이 이달 첫 20일 동안 수출이 8.7% 감소했다"면서 "세계 각국의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무역수지와 함께 주요 경제지표로 꼽히는 경상수지 상황도 좋지 않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247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17억달러) 대비 약 40% 줄었다.
내년 국가채무는 1100조원(1134조8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던 소비와 고용도 순탄치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정부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와는 달라".. 외부 전망은 부정적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 세계가 마찬가지라며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27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 특별강연에서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도 평가절하하고 있는 데다 대외 건전성 지표인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도 금융 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 보유액도 세계 9위로서 430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어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정부는 국제 외환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긴장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추 부총리는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에너지 수입액 때문이라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무역 수지 적자의 근본 원인은 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도 경기 사이클상 하락 국면 때문이기에 무역 적자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정부의 입장와 달리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 따르면 OECD는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고 불확실성이 높다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3%p 내려 2.2%로 예측했다.
OECD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차질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어 회복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은 현재 유가 수준이 2023년 내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내년 한국의 민간소비는 2.9%에서 2.4%로, 수출은 4.1%에서 3.2%로, GDP 대비 경상수지는 5.0%에서 4.0%로 모두 하향 조정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3.8%에서 3.9%로 올려 잡았다.
한편, 블룸버그는 최근 세계 2위와 3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급락한 가운데 1997년 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외환·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면서 아시아 통화 중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화 등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를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기도 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라는 식으로 대응, 되레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환율 급등, 주가 폭락, 무역 적자.. 총체적 난국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0원 오른 1425.5원으로 출발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30원대를 넘어서 1441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440원대를 넘은 것은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 1488원 이후 처음이다.
올해 1월 환율은 1200원 수준이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과 맞물리며 지난 8월에 1300원 중반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이달 22일(한국시간 기준) 연준이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밟자, 14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엿새 만에 40원, 하루 새 14원 올라 결국 1440원을 넘겼다. 곧 1500원 시대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전 세계적 '강달러' 현상에 의한 것이라 원화 혼자 이 상황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날 유럽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14.62까지 치솟았다. 이는 1년 사이 21.49% 상승한 것으로 20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원화가치도 21.93%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강달러 분위기에 같이 휩쓸리는 상황이다.
환율이 급등하며 연고점을 넘어서자 주식시장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년 2개월 만에 장중 2150대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2년 9개월 만에 670대로 내려 앉았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내다 팔며 지수와 원화 가치를 동시에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2980대로 시작한 코스피는 약 10개월 만에 약 28% 하락했다. 1037대로 시작한 코스피도 같은 기간 약 35% 빠지며 이날 670대를 오가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연초 대비 주가가 모두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올해 8월까지 무역수지 현황 (출처 관세청)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무역수지도 비상사태다. 원화가치 하락은 무역수지 적자 폭과 수입물가 상승에 기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물가상승 관리 측면에서 불리하다.
지난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292억달러(잠정치)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무역적자 폭은 251억달러(확정치).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태세다.
적자의 주요 원인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다. 특히 9월 1~20일까지 천연가스 수입액은 106.9%나 증가하며, 전 세계적인 천연가스 공급부족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 교역의 풍향계라는 한국이 이달 첫 20일 동안 수출이 8.7% 감소했다"면서 "세계 각국의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무역수지와 함께 주요 경제지표로 꼽히는 경상수지 상황도 좋지 않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247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17억달러) 대비 약 40% 줄었다.
내년 국가채무는 1100조원(1134조8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던 소비와 고용도 순탄치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리더스 포럼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정부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와는 달라".. 외부 전망은 부정적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 세계가 마찬가지라며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27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 특별강연에서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도 평가절하하고 있는 데다 대외 건전성 지표인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도 금융 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 보유액도 세계 9위로서 430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어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정부는 국제 외환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긴장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추 부총리는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에너지 수입액 때문이라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무역 수지 적자의 근본 원인은 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도 경기 사이클상 하락 국면 때문이기에 무역 적자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정부의 입장와 달리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 따르면 OECD는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고 불확실성이 높다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3%p 내려 2.2%로 예측했다.
OECD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차질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어 회복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은 현재 유가 수준이 2023년 내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내년 한국의 민간소비는 2.9%에서 2.4%로, 수출은 4.1%에서 3.2%로, GDP 대비 경상수지는 5.0%에서 4.0%로 모두 하향 조정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3.8%에서 3.9%로 올려 잡았다.
한편, 블룸버그는 최근 세계 2위와 3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급락한 가운데 1997년 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외환·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면서 아시아 통화 중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화 등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를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