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연구원 '반려동물세 도입 논의 필요성' 보고서 발표
◆…(연합뉴스 사진제공)
한국지방세연구원은 8일 '반려동물세 도입 논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2020년 1월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를 포함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4년부터 반려동물세 도입에 관한 본격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2명 중 1명(55.6%)이 동물권 향상을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 신설에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53.6%와 키우지 않은 사람의 57.6%가 반려동물 보유세의 신설에 찬성했다. 남성(48.8%)보다 여성(62.3%)의 동의율이 높았으며, 자신의 소득이 '중하'라고 답한 응답자 중 59.8%가 동의한 반면 '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는 동의율이 47.3%에 그쳤다.
보고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증가 일로에 있으며 그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노출
되고 있다고 했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 사육 가구 비율은 2019년에 26.4%에 이르고
반려산업 규모도 5조7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2019년 591만 가구에서 856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기르는 상황에 달했다.
보고서는 동물유기·유실 발생건수도 증가해 2016년 9000여 마리였던 것이 2018년에 12만 마리에 이르고 있으며, 이를 처리하는 비용이 200억 원을 초과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개 물림 사고 역시 연간 2000 건에 달하며, 특히 최근 울산에서 8세 아동이 목줄 풀린 개에 물려 사망 위기까지 가는 등 무분별한 사육으로 인한 폐해 역시 극심하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동물의 관리를 위한 제도나 인력 등 인프라가 미비한 탓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반려동물의 관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임무는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현장행정의 중요성에 따른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동물보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여는 다수의 사무 수요를 유발하며, 이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려동물세는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 사무 처리 비용에 대한 재원이면서 아울러 동물에 대한 예방접종 지원 등 동물복지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에도 '견세'가 있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는 영국의 견세가 그 시초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796년 영국에서 최초로 견세(犬稅)가 도입되었다. 영국의 견세는 유기견, 광견병, 사람을 공격하는 개의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징벌적 차원에서 도입됐으며, 일종의 종량제적 누진제로서 1마리를 키우면 2실링, 2마라는 5실링 그리고 3마리 이상은 마리당 5실링을 추가해 국세로 부과했다. 하지만 영국의 견세는 1987년에 폐지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45년 광복 이후에 견세가 도입되어 한동안 유지되었다. 1946년 10월 15일 잡종세의 일종으로 견세가 도입되었다가 1951년 6월 2일 폐지되었다. 당시 서울특별시는 개를 사육하는 자에게 1마리당 100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액세를 부과했다.
현재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를 하는 대표적인 나라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 있다. 독일은 기초자치단체인 게마인데에 의해 지방세로 반려견세가 부과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모든 도시와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에서 개 소유자에게 견세가 부과된다. 네덜란드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견세가 부과된다.
◆ 개물림, 층견소음 등 개가 다른 동물에 비해 문제 심각
보고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는 반려견에 대한 과세로 시작하고 지방세로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개의 사육 개체수가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많고, 등록과 파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면서 고양이 등 다른 동물에 대해 과세했던 나라들도 점차 이를 축소해 개에 대한 과세만 남겨두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개물림 사고, 층견 소음 등의 반려견에 의한 문제가 다른 동물에 비해 심각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광견병 등 인수공통 전염병의 가능성은 개에게 높게 존재하며 개물림 사고는 연간 2000 건을 상회, 앞으로 개체 수 증가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보고서는 아울어 현재는 개로 인한 외부불경제가 가장 크다 볼 수 있고, 과세의 용이성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반려견세로 시작해 점차 여건을 조성한 뒤 다른 동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한 반려동물세는 동물관리, 동물복지 등에 사용하는 목적세가 타당하다고 했다. 반려동물세로 징수한 금액을 동물보호소, 교육장 등의 시설의 설치·운영, 안락사 비용, 배설물 청소 비용, 더 나아가 진료비 지원 등에 사용하도록 그 목적을 정해 놓는 목적세의 형태로 과세한다면 납세 의무자에게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개를 비롯한 동물을 싫어하거나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부담하는 것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동물보호에 관한 사무의 실제 처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고 있고, 반려동물 소유자의 입장에서도 거주 지역에 납세해 동물보호의 수준을 향상시켜 그 편익을 누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로써 그 사정에 맞게 세율 조정, 감면 범위를 결정해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등록면허세의 형태로, 장기적으로는 보유세의 형태로 과세하도록 제도 운영을 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주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동물등록제의 실효성 강화, 사용 목적의 명확화 및 과도기적 조치 등으로 도입 여건을 확보해야 하고 정확한 세원 포착을 위해 동물등록제를 강력하게 시행하여 조세 공백을 방지하고 과세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반려동물세의 목적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사용 용도를 법제화하는 등 잠재적 납세의무자들에게 결국 편익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조세 저항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세가 시행되면 유기 동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선 "이러한 이유로 동물을 버릴 사람은 애초부터 반려동물을 보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므로, 시행 전 유예기간을 두어 합법적으로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동물을 인수하도록 하는 과도기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애인을 돕거나 그밖에 공익적 성격의 반려동물 또는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납세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면세와 감경 조항을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