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8.8원 오른 1371.4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 1379.5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개장 초반 1365.0원을 기록하며 장중 연고점을 갱신한 데 이어 1375.0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연고점이 137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1일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가 3일(현지시간)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가동 중단을 재차 통보함에 따라 유럽의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달러강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상하이, 청두에 이어 중국 3위 경제도시인 선전을 전면봉쇄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됐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천연가스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며 “유로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취약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통화긴축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약세 압력이 더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기대되는 통화가치 상승효과는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약해질 수 있다”며 “유로화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면 109p를 웃도는 달러인덱스가 더 높아지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이 이날 만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한 자리에서 대응방향을 논의했지만 환율 급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최근의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볼 때 복합위기 상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더욱 커진 만큼 관계기관 합동으로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여 금융·외환·실물경제 분야의 취약부문 중심 실태점검 및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7월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의 8월 외환보유액은 전월말 대비 21억8000만달러 줄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위험자산 부진 연장, 유로화를 제외한 주요통화 약세 지속, 역외 롱플레이 유입에 환율이 상승했다”며 “당국의 구두개입, 미세조정 등 외환시장 안정조치가 딱히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 추가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