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탄력세율 뿐 아니라 '기본세율' 인하 검토해야"

국회입법조사처,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논의의 쟁점과 과제' 발표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류세 탄력세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지만, 차후에는 '기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등을 규정한 헌법의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5일 이런 내용의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논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대·내외 불안정성이 확산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현행 법정 최대 한도인 약 37%까지 인하했으나 소비자 체감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회에는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현행보다 더 낮춰서라도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의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아무리 현행법체계 내에서 유류세를 인하해도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판매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고유가를 잡기 위한 정책으로 막연히 유류세 인하만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민 입장에서는 유류세 인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 전체적으로 세수만 감소해 다른 복지정책이 축소되는 경우에는 이중의 불이익을 입을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9일 국회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현행 ±30%에서 2024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했다.

◆ 지금 세계는 '유류세 인하' 전쟁 중

미국 연방정부는 휘발유 18센트/gallon, 경유 24센트/gallon의 유류세(Gas tax)를 부과하고 있는데, 백악관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의회에 요구한 상황이다. 유류세 면제 방식으로는 일정 기간에 한해 세금 납부를 면제하는 조세특례(Tax holiday)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의 유류세는 유류가격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3월 24일 휘발유 30센트/ℓ, 경유 14센트/ℓ의 유류세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유류세를 인하하고 있다. 또한 취업자를 대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경감을 위해 일회성으로 300유로의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 3월 23일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를 1년간 한시적으로 5펜스/ℓ 인하했다. 이와 같은 유류세 인하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것. 영국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해 향후 1년간 소비자가 24억 파운드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당초의 2022~2023 과세연도 유류세 인상 계획에 대비했을 때는 50억 파운드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유류세 탄력세율을 활용해 유류세를 인하하는 조치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류세율을 4차례 인하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지난 6월 30일 한 차례 유류세율을 인하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상 휘발유, 경유, 석유가스 중 부탄에 대해 적용되는 세율을 이전 기간에 적용되던 유류세율에 비해 2018년 11월 6일 6개월간 한시적으로 약 15%, 2021년 11월 12일 약 6개월간 20%, 올해 4월 27일 3개월간 12.3%~12.5% 인하하는 조치를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30일 기존에 적용되던 유류세율 대비 휘발유는 10.1%, 경유는 9.5%, 석유가스 중 부탄은 8.6% 인하했으며, 이와 같은 현재의 유류세율은 올해 말까지 적용된다.

◆ 입법조사처 "조세법률주의 규정한 헌법 취지 벗어나선 안 돼"

한편, 입법조사처는 현재와 같이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응방안은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지만, 유류세 인하폭을 현재의 법정비율(±30%)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했다.

우선 입법조사처는 헌법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과세요건인 세율은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 바, 유류세 등 국세 일부 세목과 지방세 등에 탄력세율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것은 행정부가 부득이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세법률주의 원칙의 예외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외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등을 규정한 헌법의 근본 취지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면서 입법조사처는 "이번 개정에서는 법률에 규정된 유류세 기본세율을 그대로 두고 탄력세율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지만 차후에는 탄력세율 조정 폭을 현행과 같이 ±30%를 유지하면서 법률에서 기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고유가 상황에 대한 대응방식이 꼭 유류세 인하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유류세 인하의 혜택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고르게 돌아갈 수 없다면 취약계층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 마련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