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硏, 올 세제개편안 5년간 누적 세수효과 분석
실질 세수 감소 6.2조…정부 계산치보다 4배 이상 커
"감세하고자 한다면 정확한 효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가 앞으로 5년(2023~2027년)간 6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민간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세수가 줄어든 양을 놓고 정부 예측치와 4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세수 감소 효과를 '직관적으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른 계산식이 달라서인데, 정부가 실질 세수 감소 규모를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하고 있다.
26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분석한 결과, 향후 5년간 60조2000억원 규모의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 21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5년간 세수효과를 마이너스(-) 13조1000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연구를 맡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발표한 세수효과는 전년대비 기준으로, 우리가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세수 감소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공식 추계 방식은 전년대비를 기준으로 삼는다. 2023년은 세수가 6조4000억원이 감소하고 2024년에는 전년 기준으로 7조3000억원이 추가로 더 줄어들게 되는데, 이렇게 전년대비 기준의 합이 13조1000억원이 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해당 연도에서 세수 감소분만 따져 규모를 측정했단 소리다. 이 연구위원은 "세수감소라는 단어를 통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개념인 기준연도 기준 방식으로 세수 감소효과를 재계산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세법개정안 향후 5년간 세수효과, 기준연도 방식.(자료 나라살림연구소)
기재부가 추산한 금액을 기준연도 방식으로 재계산하면, 2023년엔 6조4000억원이 감소하고 이듬해엔 전년도 누적분까지 합산되어 13조7000억원이 줄면서 5년간 실제 감소분이 60조2000억원이 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세목별(5년간 누적)로는 법인세수가 27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줄어든다.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3000억원 초과 법인(약 80여개)의 세율을 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세수는 15조7000억원, 증권거래세는 7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 감세 정책을 담은데는 '지난 정부의 지나친 증세 기조를 되돌리겠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세제개편안은 규모가 다를 뿐 매년 감세가 이루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는 첫해만 핀셋 증세를 한 이후에 2018년 5년간 14조원 감세, 2019년·2020년도는 세수 중립(엄밀히 따지면 미세한 감세), 2021년도는 7조2000억원의 감세를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소득과세를 2년 유예(당초 2023년 시행)하면서 세수는 되려 늘어난다고 추산한 부분도 잘못된 계산식으로 지목된다. 이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는 낮추면서 대신 2022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해 경제적 실질측면에서는 세수가 감소된다"면서 "반면, 이번 세법개정안은 오히려 2023년부터 세수가 감소된다고 추산하지 않고 2025년부터 세수가 증대된다 계산했는데, 이는 경제적 실질에 맞지 않은 계산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감세를 하고자 한다면 정확한 감세의 효과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확한 세수 감소 규모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감세 정책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