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와 소비자보호 균형 필요성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업무 분리해야”
사모펀드 투자 문턱 높이자는 의견도
금융당국의 무분별한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과 사모펀드 규제 완화 조치가 부실사모펀드에 의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업무를 분리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새 정부가 무분별하게 금융 규제를 철폐할 경우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어 지양해야 한다”며 “역외펀드 부실판매 사건을 바탕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외펀드는 외국 자산운용사가 현지법에 의해 설립·운용하는 해외펀드다.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 독일헤리티지, 미국디스커버리 등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모펀드 중 상당수는 역외펀드다. 2016년 자본시장법 개정과 규제 완화 이후 부실사모펀드에 의한 불완전·사기 판매가 빈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역외펀드 부실피해의 주 원인으로 해외대체투자와 재간접펀드 형식을 지목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완화 및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이 추진됐다”며 “해외대체투자 상품 특성상 운영현황 파악과 사후관리가 어려운데 해외펀드 등록의무 등 최소한의 규제마저 회피하는 판매방식이 부실판매 위험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역외펀드 부실판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금융 규제 완화와 금융소비자 보호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규모 사모펀드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이후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제도를 개편했다. 투자자를 기준으로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펀드로 구분하고 판매사와 수탁사가 운용사를 상호감시해 부실 운용을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판매 자체에 대한 직접 규제 없이 자율적인 상호감시만으로 고위험 상품의 부실판매를 막을 수 없다”며 “오히려 법령상 정해진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음을 소명할 경우 책임을 회피하는 면죄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사모펀드 투자자격을 엄격히 제한해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을 낮출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강화하거나, 아니면 사후적인 피해 구제의 장벽을 정책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사모펀드의 특성을 모르는 투자자가 참여하는 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자 문턱을 낮춘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오 의원은 “사모펀드 투자 시 자기책임원칙이 적용된다. 상품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공모펀드처럼 판매하는 게 맞는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