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55조원에 트위터 인수 합의...38% 경영권 프리미엄

머스크 "세계와 소통하는 디지털 광장...이용자들과 발전방향 모색할 것"

트위터 이사회 "신중한 평가 후 매각...주주들에 최선의 길이라 믿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월스트리트 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 그룹 트위터가 자사를 일론 머스크에게 주당 54.20달러(약 6만8000 원), 총 440억 달러(약 55조10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CNBC는 트위터의 성명을 인용, 이번 인수 가격은 지난 1일 종가 기준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며 머스크는 회사를 사들인 뒤 비상장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상장사가 되면 투자자나 규제 당국 등의 감시를 피해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Dealogic)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최근 20년간 상장 기업을 비(非)상장사로 전환하는 거래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13일 트위터의 지분 9%가량을 확보한 후 430억 달러(약 53조 원)에 달하는 인수비용을 전액 현금으로 제시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공개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수를 위해 자기 자산 및 미국 월가의 거대 은행인 모건 스탠리와 다른 금융 기업들의 지원을 합한 465억 달러(약 58조20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트위터 측은 머스크가 회사 주식의 1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신주인수권 제도(기존 주주들에게 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수단), 이른바 '포이즌 필(poison pill)' 전략을 실시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지난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인수자금 조달 방안을 자세하게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트위터 이사진 11명은 해당 제안서 검토에 나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이번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으며, 인수 절차는 앞으로 주주들의 표결과 규제 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올해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83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반이고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 이슈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며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 트위터를 더 좋은 방향으로 꾸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트위터가 갖고 있는 잠재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가 가치와 확실성, 자금 조달에 초점을 맞춰 머스크의 제안을 평가하는 사려 깊고 종합적인 절차를 거쳤다"며 "제안된 인수합병 거래는 상당한 현금 프리미엄을 제공할 것이며, 우리는 이것이 트위터의 주주들에게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NYT는 "세계 지도자들과 명사들, 문화계의 트렌드 주도자들이 자주 찾는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를 인수하려던 세계 최고 부호의 승리"라면서 "이번 블록버스터 합의는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머스크의 인수 시도의 대단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였다. NYT는 이번 인수는 머스크가 트위터로 무엇을 할지, 세계적인 온라인 담론의 장에서 머스크의 행동이 향후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트위터가 비상장사가 되면 투자자나 규제 당국 등의 감시 시선을 피해 머스크의 뜻대로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하루 이용자는 2억1700만여 명으로 30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가진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비하면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들은 공개 소통의 창구로, 기업체나 유명 인사들은 자신의 브랜드와 이미지 조성에 이를 활용해 왔다.

그와 동시에 트위터는 허위 정보와 유해 콘텐츠의 유통 창구가 되면서 논란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트위터를 통해 타인을 모욕하고 도발을 즐겨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폭동의 원인으로 그의 트위터 발언이 제기되며 이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여성 인권단체인 울트라바이얼릿의 브리짓 토드 사무국장은 "머스크가 플랫폼의 콘텐츠 규정과 이를 위반한 이용자를 제재할 수단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트위터는 다른 소셜미디어가 모방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경영방식에서도 그동안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NYT는 “트위터가 수년째 신규 이용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주 수입원인 광고사업은 들쭉날쭉한 양상을 보였고, 최근 10년 중 8년은 흑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NYT는 "앞으로 머스크가 누구를 트위터의 경영자로 앉히고 서비스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물론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지하터널형 교통 인프라 건설사인 보링컴퍼니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