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오이시디 대한민국 대표부' 보고서
OECD 43개국 중 32개국 "조세정책 입안때 '젠더' 고려"
17개국은 "자국의 조세 구조가 양성 평등에 영향 미쳐"
"자국 조세 시스템, 내재적 편향 있을 수 있다" 53%
◆…주 오이시디 대한민국 대표부는 보고서를 통해 "OECD 43개국 중 32개국에서 조세정책을 입안할 때 양성평등을 일정 수준 이상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자국 내 조세정책이 어느 정도 성편향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은 사진은 지난 8일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날 정신 계승 성평등 운동회 모습.(사진 연합뉴스)
"자국 내 조세시스템에 성(性)별 편향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3개의 회원국 절반 가량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과 거리가 먼 조세정책이 있는 일부 국가도 있다(명시적 편향인 제도 존재).
주 오이시디 대한민국 대표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조세 정책과 양성 평등'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OECD 43개국 중 37개국은 조세정책을 입안할 때 젠더(gender:사회적 의미의 성)를 일정 수준 이상(다소 중요부터 매우 중요까지) 고려하고 있다. 4분의 3가량은 "조세 시스템이 성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23개국(53%)는 자국의 조세 구조가 중립적이라고 한데 반면, 17개국(39%)은 자국의 조세 구조가 양성평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성 불평등을 축소하거나 되려 악화시킬 수 있는 나라별 사례로 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미국은 개인소득세 누진세 구조, 여성에게 유리한 EITC 제도를 들며 "조세구조가 남성 및 여성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아니나, 소득·가족 구성 등과 상호작용해서 양성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가계 단위 과세로 인한 부소득자의 노동시장 참여 유인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22개 국가는 '양성평등이 주된 정책 근거 중 하나인 조세정책 또는 개정을 시행한 바 있다'고 했다. 여성 위생용품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한 벨기에, 프랑스, 호주, 멕시코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미국도 여성, 과부 등만 자격이 있던 자녀공제를 성에 관계없이 일정 자격을 충족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한 바 있다.
OECD 다수 국가들은 '코로나19가 조세시스템 내의 성 편향 위험도를 악화시키지 않았다'고 봤다. 43개국 중 30개국이 이런 답변을 내놨다. 반면 영국, 스페인,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 9개국의 판단기준은 180도 달랐다(편향 위험 악화). 실제 아이슬란드에서 위기 중 도입된 건설 프로젝트·차량 수리에 대한 일시적 환급을 허용하는 부가가치세 환급 시스템 개정이 남성 위주 산업에 혜택을 더 줬다.
적지 않은 국가들이 자국 내 조세정책에 성 편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자국 조세 시스템에 내재적 편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인식한 비율은 53%로, 43개국 중 23개 국가다. 어느 정도 근거도 갖고 있다. 우선 ①남성과 여성의 소득수준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 보고서는 "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소득수준이 높기 때문에, 소비세제나 충분히 누진적이지 않은 소득세제는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②평균적으로 남성이 자본소득이 많기 때문에 자본소득에 대한 우호적 과세는 남성에게 유리한 구조다. ③가계 단위로 합산해서 소득세 과세가 이루어진다면, 개인 단위 과세와 비교해서 부소득자에 대해 높은 조세부담이 발생하는 부분도 내재적 편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요소다.
스위스, 스페인,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등 7개국은 '현재 자국 조세시스템에 명시적 편향이 있다'고 판단한다. 3세 미만 자녀에 대한 모성 공제를 연간 1200유로까지 제공(스페인)한 부분이 대표적 예다. 미국, 아일랜드 등 3개국은 과거에는 명시적 편향인 조세제도가 있었으나 현재는 폐지했다고 한다.
각국은 조세정책, 양성평등과 관련한 향후 과제로 '근로에 대한 과세 문제'를 꼽는다. 우선순위로 두는 상위 5개 중 3개나 차지한다. 보고서는 "근로에 대한 과세와 관련해서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가 양성평등에 미치는 영향, 개인소득세 누진성 및 부소득자에 대한 과세 3개 문제가 우선 과제로 제출됐다"고 했다. 또 각국은 상속세,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에서의 성 편향,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가 양성평등에 미치는 영향 등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