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달러·유로·파운드·엔화 거래 제한”...추가 대러 제재 발표

바이든, “SWIFT서 러시아 배제하는 것은 보류...이번 조치만으로도 러시아에 막대한 영향 끼칠 것”

美 재무부, 2개 은행과 90개 금융기관 제재...침공에 가세한 벨라루스도 포함

美 상무부,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 보안 장비, 레이저 및 센서 추가 제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대응해 강도 높은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재에는 경제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과 통신기술 등도 포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와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한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연합(EU) 27개국이 동참했다고 했다.

이어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달러·유로·파운드·엔화를 통한 러시아의 거래 능력을 제한하기로 했다”며 "러시아 엘리트층과 그 가족을 제재하고 러시아 국유 기업 및 대규모 민간 소유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이라고 했다.

미국 재무부는 24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중대하고 전례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제재로 스베르방크와 VTB방크 2개 은행과 90개에 달하는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이 두 은행은 자산 가치 기준으로 러시아 전체 은행 시스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 최대 은행이다. 러시아 금융기관은 매일 전 세계적으로 약 460억 달러(약 55조5000억원)의 외환 거래를 하고 이 중 80%가 미국의 달러로 거래된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침공에 가세한 벨라루스 국방장관과 벨라루스의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 계획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4개 벨라루스 금융기관 및 개인이 미국과 거래가 중단된다.

미국 상무부도 24일 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상무부는 러시아의 방위, 항공 우주 및 해양 부문을 대상으로 기술 및 산업 기반의 핵심 부문에 러시아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전 제재 대상이 아니었던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 보안 장비, 레이저 및 센서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이번 제재가 수출 통제 정책 및 요구 사항에 따라 미국, 유럽 연합(EU),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및 뉴질랜드 간의 중대한 협력을 반영하며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은 푸틴 개인에 대한 제재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서 배제하는 것은 일단 보류했다. 그는 ”푸틴에 대한 직접 제재도 일단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면서 향후 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이든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은 세계 질서를 뒤엎을 만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푸틴은 원하는 것을 무력으로 빼앗는 ‘전쟁’이라는 선택지를 골랐다. 이번 제재 조치는 시일이 다소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가 현재의 길을 계속 간다면 미·러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더 많은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푸틴의 침공 우려에 수차례 전례없는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21일 푸틴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독립을 승인한 것에 대해 미국의 1차 제재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결국 러시아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