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땐 국내 영향 일시적
당시보다 군사투입 규모 등 심각성 크다는 우려도
서방의 대러 제재에 전세계 ‘촉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작전' 승인을 통해 사실상 전면전을 감행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술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로이터 제공.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70.73p(2.60%) 내린 2648.80로 마감했다. 지난달 27일(2614.49)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돈바스 지역의 분리 독립 시도와 러시아의 개입은 2014년 크림반도의 독립 및 러시아 합병 과정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는 우리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당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3월2일)과 크림반도 합병(3월18일) 전후로 일시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이내 회복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하방 압력을 받았다가 2월말 1980→3월초 1965→3월말 1986 등 수일 내 회복되는 흐름을 반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2월말 1067.5→3월초 1070.2→3월말 1064.7로 양호한 회복력을 유지했다.
이후에도 미국·유럽연합(EU)의 대(對)러 제재 강화보다는 미국, 중국, 유로존 경기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7월경에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 유럽중앙은행(EU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영향이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7월 이후에는 중국, 유로존의 경기둔화로 한국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보다 심각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러시아의 명분 약화 ▲군사투입 규모 증대 ▲러시아 경제상황 개선 ▲서방국 간 이해 상충을 그 이유로 들었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본격화하면 에너지, 식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해지고 공급망 차질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비유럽국 중 원유수입의존도(GDP 대비 원유 순수입액)가 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EU가 러시아에 가할 수 있는 제재로는 ▲스위프트(SWIFT) 제재 ▲러시아 은행 제재 ▲수출 제한 ▲루블(RUB) 교환 제한 등이 거론된다.
서방이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면 러시아 기업의 지급결제가 어려워져 해외기업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러시아 화폐인 루블 교환을 제한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가 제한되면 해외송금이 불가하고 기업 현금 관리와 개인의 자산관리에 타격을 입힌다.
에너지 수출 제재의 경우 러시아가 EU 가스 수요의 45%, 원유수입의 25%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큰 충격이 예상된다. 러시아 기업의 무역이 막히면 부품 접근성이 제한돼 전자기기 부족을 심화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최성락 연구원은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본격화가 다가오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차질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