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으로 아시아 증시 피해 우려
우크라이나 세계 5위 밀 수출국...애그플레이션 가능성
◆…러시아와 벨로루시 군인들이 지난 12일 벨로루시 그로드노 지역의 고즈스키 훈련장에서 군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국제유가가 현 93달러 수준에서 최고 15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서방에 대한 원유 공급이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는 120~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 연구원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러시아의 원유 수출 중 미국/유럽으로 가는 규모(74%)가 멈추면 원유 공급이 하루 550만 배럴이 감소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올해 말까지 국제유가가 120~150달러를 유지하면 미국/한국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현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 상승은 중앙은행의 과도한 긴축 등 정책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허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한국/태국/인도/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반대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소되면 아시아 자산 및 증시는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무역수지가 2개월째 적자로 한국 증시 PER(주가수익비율) 하락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소되면 아시아/유럽 자산 가격의 리레이팅(재평가)이 가능하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러시아의 갈등이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초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이 통제를 벗어나 수백%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말한다.
박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이 러시아 금융기관의 달러 결제망 퇴출 등 강경 제재 조치를 시행할 것이 가장 우려된다”며 “이는 일시적 글로벌 자금흐름 경색과 글로벌 신용 리스크 확대를 유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70~80년대 오일 쇼크 때처럼 초인플레이션 국면이 재발할 수 있다”며 “한국과 같이 원유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가의 경우 경제적 악영향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박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 가격 불안 현상을 증폭시켜 애그플레이션 현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