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국지수, 공매도·외환시장 ‘활짝’ 열어야

금융당국,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계획
상반기 내 공매도 전면 허용 검토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비중 줄어 순유출 가능성도
“MSCI 요구는 금융정책 주권의 문제”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에 앞서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공매도 전면 재개 등 MSCI가 요구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1경’ 글로벌 펀드 추종 MSCI...시장접근성 지적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펀드 매니저들은 MSCI 지수를 벤치마킹해 국가별 투자 규모를 결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14조5000억 달러(1경7407조원)의 펀드 자금이 MSCI를 추종하고 있다. 특히 미국계 펀드의 95%가 이 지수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시장 추종 자금 규모는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신흥시장의 5.67배 수준이다.

MSCI는 미국·일본 등 23개국을 선진시장(DM), 한국·중국 등 27개국을 신흥시장(EM), 베트남 등 26개국을 프론티어(FM)로 분류한다. 1992년 신흥시장에 편입된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매년 선진시장 승격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실패했고 2014년에는 관찰대상(워치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

판단기준은 ①경제발전 정도 ②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③시장 접근성이다. 우리나라는 시장 접근성, 특히 역외 외환시장 부재와 외국인 투자자 편의성 부족 문제를 지적받았다. 외환시장 24시간 개방...IMF 트라우마 극복할까

정부는 지난달 25일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해외기관 직접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개선을 통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성 유지에 무게를 두고 추가 개방에는 보수적이었다. 그간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고, 외환시장 마감 후 환전이 곤란하다는 불편을 호소해왔다.

이에 정부는 해외 영업시간을 포괄할 수 있도록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인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대폭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해외에서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외환규제를 자유화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도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원화와 달러 실물을 주고받지 않고 차액만 결제하는 원달러 NDF(역외선물환) 중앙청산을 통해 외환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환리스크 헤지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위해 영문공시 서비스도 확대한다.

공매도 전면 재개 “MSCI 위해 필수”

금융당국은 상반기 내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부분 허용된 상태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거시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급적 상반기 중에 공매도 정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 중 공매도를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진국지수 워치리스트에 허들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선진 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려면 공매도를 전면 허용할 수밖에 없다”며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논의하는 마당에, 다른 나라는 코로나19 상황에도 공매도 제한을 안 했는데 우리만 계속 제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대선(3월)과 차기 대통령 취임(5월)을 고려하면 2월중 공매도 재개 결정, 3~4월중 공매도 전면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인 수급 충격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미 공매도가 일부 허용되고 있어 그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 유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MSCI 선진시장 편입 시 효과와 시사점’ 분석을 통해 17.8조~61.1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돼 주가가 최대 4035p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MSCI 선진시장 승격을 위해 적극 노력해 기업금융 원활화와 자본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SCI 신흥시장은 선진시장보다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크고 기업가치가 디스카운트(저평가)된다”며 “중국의 신흥시장 내 비중이 계속 늘어 한국 비중 감축 압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약 20~65조원의 패시브 자금이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통해 추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시장에서는 중국 등 다른 나라의 편입으로 인해 우리 비중이 감소한 사례가 있는데 선진시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현실적인 장점도 제시했다.

반대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시 한국 비중이 5% 정도에 불과해 패시브 자금이 오히려 유출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선진국 ETF에서 유입될 자금은 약 106.2억달러로 현재 신흥국 ETF를 통해 유입된 약 134.4억달러보다 적기 때문에 약 28.2억달러(3조3854억원)의 패시브 자금이 순유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선진국지수 편입은 대형주에 호재로 작용하므로 소형주의 비중을 축소하고 대형주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연맹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단순히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보는 정치권에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모건스탠리는 외환시장 완전 개방, 공매도 전면재개 등 지나친 요구들을 우리 정부에 해왔다”며 “이는 금융정책의 주권, 나아가 국가 경제의 안위와 직결되는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SCI 선진지수 편입은 양날의 칼”이라며 “국가적 손익의 득실을 따지는 치열한 토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