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심의 기한 D-2
ITC설립 이래 영업비밀침해 거부권 無
특허권에선 SK에 손…분쟁 장기화 전망
◆…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 CI.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분쟁의 희비가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다시 한 번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LG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 안팎의 이목이 백악관으로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ITC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10년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오는 11일 자정(현지시각)까지 결정하게 된다. 한국시각으로 12일 오후 1시까지가 거부권 행사 시한이다.
앞서 2월 ITC는 LG가 SK를 상대로 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예비판결을 인용하며 'SK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 앞으로 10년간 미국에서의 생산·수입을 전면 금지한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완성차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SK 제품 수입은 각각 4년, 2년 동안 허가하는 유예를 뒀다.
이후 공이 미 행정부로 넘어간 상황에서 두 회사의 심의기간 내 극적인 합의도 점쳐졌지만 양측의 합의금 격차가 수조원에 달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달 말 하루 차이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LG는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발표했고 SK는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라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양사는 과거 미 행정부에서 활약했던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유리한 결정을 얻기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김준 총괄사장이 지난달부터 현지에 머물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최근 브라이언 켐프 미 조지아주 주지사가 SK 배터리 수입 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요청을 백악관에 3차례 전달한 부분도 힘을 얻을 전망이다. 켐프 주지사는 "SK의 공장이 2600명 가량을 고용할 것으로 수많은 조지아의 일자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 개입을 촉구했다.
그러나 ITC 설립 이후 약 100년간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업계 안팎으로 다소 힘을 얻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시 미국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타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측에서 제시한 합의금보다 설비 이전 비용이 덜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에서 SK의 설비투자 중단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관련해 남겨진 설비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 배터리 생산 추가 투자도 발표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달에는 ITC가 이번 영업비밀 침해와는 별개로 특허권을 놓고 SK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LG가 SK를 상대로 지난해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 대해 이달 초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거나 무효"라는 내용의 예비결정을 내렸고 SK는 "LG가 2011년 시작한 분리막 특허소송전이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특허 무효·비침해 결정이 나오면서 10년 만에 사실상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오는 7월에는 SK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의 예비결정도 앞두고 있는 가운데 ITC가 상반된 결정을 내리면서 영업비밀 침해 거부권 심의 이후에도 두 회사의 배터리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