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위기의식
언론, 본래의 사명 회복하길
사법부, '법관사찰'에도 이의 제기조차 안 해
제1야당, 검찰 일탈 방조
검찰개혁 숙원 놓고 시민사회 협력해야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 3951명이 7일 오전 11시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사제들은 7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에서 선언문 낭독을 통해 "지금이 아니면 문제의 검찰개혁이 영영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며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이들 사제와 수도자들은 선언문에서 "잠잠히 고요하게 지내야 할 사제와 수도자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숱한 희생과 헌신 끝에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또 다시 갈림길에 놓였기 때문"이라며 검찰개혁이 위기에 봉착한 현실에서 불가피하게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랜 세월 반칙과 특권에 기대어 살아온 집단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 길이 열려 "부디 가난하고 겸손한 이들이 기뻐하고, 공동선을 위해 사랑과 봉헌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 춤추게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검찰이 오늘까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참회하기 바란다며 "오매불망 '검찰권 독립수호'를 외치는 그 심정을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검찰이 권한을 남용하여 불러일으켰던 비통과 비극의 역사를 생생하게 떠올린다"고 검찰의 과오에 대해 질타했다.
이어 "사건을 조작해서 무고한 이를 간첩으로 만들고,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멀쩡한 인생을 망치게 만드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가진 사람들의 죄는 남몰래 가려주고 치워주었던 한국검찰의 악행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오늘을 주권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직분으로 거듭나는 천금 같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양심에 어긋나는 악습들을 과감하게 끊어버림으로써 새로이 출발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독점권을 포기할 때 검찰 독립이 시작될 것"이라며 "과거의 허물을 벗고 공익을 지키기 위해 수고하는 대다수 검사들의 명예와 긍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새로 태어나는 진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언론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며 "펜과 혀는 창과 칼보다 무섭습니다.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입만 열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쏟아내는 거짓뉴스들 때문에 시민들의 영혼은 하루하루 병들어 가고 있다"고 언론을 질타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건너야 할 다리를 힘겹게 건너고 있을 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불안을 부추기로 선의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앞장서서 개인의 능력과 에너지를 공공재로 여길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또 "언론은 진실을 격려하고 거짓을 꾸짖는 본래의 사명을 어서 회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법부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법관 사찰'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아직까지 뚜렷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마지막으로 제1야당의 행태에 대해서도 "검찰개혁을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검찰의 일탈을 방조하거나 협력하다가 결국 대통령 2인을 감옥에 보내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치명적인 과오를 책임지는 자세로, 아울러 다시 집권해서 나라를 이끌게 될 때를 위해서라도 여당과 합심하여 검찰개혁을 거들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사제와 수도자들은 "신앙인들과 시민 여러분께 호소한다"며 "코로나 사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 때에 검찰개혁이라는 숙원을 놓고 분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검찰개혁에 동참을 호소했다.
이번 성명에는 대주교와 주교 6명, 사제 926명, 남자수도회(사제와 수사) 227명, 여자수도회 2792명 등 총 3951명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