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동서양을 뛰어 넘어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한다. 이는 비단 현재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비만으로 고생한 역사적 인물이 많다.
◆…사진=365mc 제공
조선시대 27명의 왕들은 대부분이 비만했다. 만성적인 운동 부족과 하루 5차례 12첩 반상과 간식 등 호화로운 식단을 챙겨 먹다보면 살이 찌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종대왕도 전형적인 비만인의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애민정신이 충만하고 훌륭한 업적을 펼쳤지만 건강관리보다 입에 맛있는 음식, 몸이 편한 생활을 고수했다는 기록이다. 어릴 때부터 사냥이나 체력단련보다는 하루 종일 앉아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세종은 소문난 고기 덕후다. 수랏상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고기반찬을 의미하는 육선(肉饍)을 검색하면 세종 시절 일화가 압도적이다. 세종은 나이가 들며 결국 비만과 당뇨병으로 고생하게 됐다. 세종은 "한 가지 병이 나으면 또 다른 하나가 생긴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과거 비만은 부자들의 병으로 인식될 만큼 지배계층 대부분 고칼로리 음식을 가까이했고 항상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자연스럽게 복부비만으로 이어져 건강에 악영향을 받은 사례도 많다.
왕은 아니지만 전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소문난 대식가였다.
배만 타면 식욕이 솟는다며 아침부터 다양한 고칼로리 메뉴를 섭렵했다. 당시 알려진 처칠의 아침식단은 씨리얼, 스프 한 접시, 계란 4개, 베이컨 5조각, 구운 고기 2조각, 토스트 4개, 치즈, 홍차 등으로 꾸려졌다. 그는 80대에도 이들 식단을 눈 깜짝할 사이에 폭풍흡입 할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폭식뿐 아니라 애주·애연 습관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처칠은 90세까지 장수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처칠이 오래 산 것은 맞지만 말년은 그리 편안하지 못했다. 그는 78세에 뇌졸중에 걸려 왼쪽 몸이 완전히 마비된다. 이렇게 12년간 투병하다 대뇌혈전증으로 사망한다.
처칠은 타고난 건강 체질을 갖고 있었지만 체질만을 믿고 건강관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게 말년의 뇌졸중으로 나타나 고생하게 됐다. 그의 사후 '생활습관 때문에 90세까지밖에 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혼하기 위해 영국 국교회를 만들고 유럽대륙과 분리된 영국의 초석을 마련한 영국의 헨리 8세도 비만왕으로 유명하다.
흔히 헨리 8세 하면 멋진 외모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드라마 '튜더스', 영화 '천일의 스캔들' 등에서 매력적인 외모로 등장하기 때문. 헨리 8세는 여섯 차례의 결혼, 두 번의 이혼, 한 번의 사별뿐 아니라 두 명의 왕비를 처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드라마틱한 삶을 조명하다보니 매력적인 외모로 묘사된다.
실제로 헨리8세는 젊었을 때 호리호리한 미남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식탐이 늘어나며 복부, 팔뚝, 허벅지 등에 살이 붙은 모습이 나온다. 매일 파티와 술을 즐기다보니 체중이 143kg까지 늘었다고 알려져있다. 이 과정에서 허벅지 속 다리혈관에도 악영향이 미쳐 순환이 더뎌지고 결국 감염이 시작됐다. 그는 종아리와 허벅지에 생긴 감염이 원인이 돼 55세에 사망한다.
역사 속 뚱뚱한 인물들의 생활습관은 사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무척 닮아 있다. 앉아서 업무를 보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폭식하거나 밤마다 술과 야식 안주로 배를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스트레스성 폭식도 유사한 모습이다. 역사적 인물들은 정치적 상황 속에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았다. 이때 스트레스성 호르몬인 코티졸이 분비되는데 이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찾도록 만든다. 현대인들이 퇴근 후 스트레스가 심할 때 유독 불족발, 매운 떡볶이 등이 떠오르는 이유다.
이 같은 나쁜 생활습관은 복부비만으로 연결된다. 복부비만은 체지방뿐 아니라 내장지방까지 쌓이게 만들다보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내장지방은 지방흡입, 미니지방흡입으로도 제거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만약 허리둘레가 남성 35인치, 여성 33인치를 넘어섰다면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다만 내장지방은 식이조절, 규칙적인 유산소운동 등 조금만 노력하면 피하지방에 비해 감량이 수월한 편이다. 처음부터 무리한 다이어트에 나서기보다 저녁 식사량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고 숨이 약간 차는 수준의 유산소운동을 30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주일만 야식을 끊고 이 같은 수칙을 지켜도 복부가 많이 날씬해지며 건강을 되찾고 컨디션을 향상시킬 수 있다.
도움말 : 이선호 대전 글로벌365mc병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