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회계투명성을 민간기구로부터 인증받은 종교단체에 대해서만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종교단체 입장에선 세무조사 등 다소 꺼려질 수 있는 정부 개입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선 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1석2조'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정영기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 이종구 바른정당 국회의원, 한국조세정책학회 주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관 3층 오키드룸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제도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세금 문제로 오인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성직자 과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면서 "이제는 종교인 과세라는 깃털 이슈에서 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이라는 몸통 이슈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혜택을 받은만큼 종교단체가 국가나 사회의 공익성을 위해 충실히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신도들의 헌금 및 종교인, 종교단체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는 세법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교단체를 '지정기부금단체'로 규정한 세법의 취지와 공익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기부금을 받는 단체의 공익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세법상 지정기부금단체에 대해서는 재무정보의 공시 등 사후관리를 통해 공익성을 규율하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교육분야는 시도 교육청을 통한 지도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세법규정에 따른 공익성 규율의 관점에서 종교단체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종교단체가 공공에 어떤 혜택을 제공하지 목하거나 공공성의 이행여부에 대한 회계보고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세제혜택을 지속해야 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민간기구로부터 회계 투명성을 인증 받는 미국 방식의 인증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ECFA라는 민간기구로부터 인증제도를 통해 종교단체의 재무상태를 공개하고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과세당국의 개입이나 조사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CFA에 인증을 신청하고 일정 기준에 준거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회계감사를 받아야 회원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현재 1700여 종교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도 종교계 지도자 및 교단, 종교관련 시민단체와 회계전문가 단체로 한국회계기준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세무사회, 그리고 한국회계학회, 한국세무학회 등이 참여하는 민간기구 인증을 통해 세무조사 등의 정부 개입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민간인증기구의 인증 여부를 토대로 조사나 규제대상에서 예외로 하거나, 인증 단체에 대해서만 비과세·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