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과표구간 2000억원 이상)을 22%에서 25%로 증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율 인상은 의도와 달리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조세일보 부설 조세정책연구소(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주최하고 법무법인 율촌 후원으로 진행된 '조세정책토론회(소득재분배 바람직한 방향은?-최고소득층 세율인상을 중심으로)'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조 위원은 이날 "흔히 법인세를 법인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착각한다"고 운을 뗀 뒤 "법인엔 소액주주와 대주주가 있는데 대부분의 대기업을 보면 소액주주가 많고 대주주는 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대 그룹의 총수일가 보면 전체의 2.6%정도의 주식을 갖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50% 이상을 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세율을 올린다는 것은 대기업 소액주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인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면 다른 곳에 이를 전가하는데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소비자 30% 노동자 20% 그리고 50%는 주주에게 전가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99%는 결국 소비자와 근로자, 소액주주에게 부담이 되는데 이게 조세정의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아울러 "법인세율 인상으로 소득재분배가 안 된다는 문제도 있지만 자본이 유출되고 경기가 침체되면 일자리 잃는 건 결국 저소득층이다. 금융위기와 IMF 경험을 보면 밑에서 부터 잘려나간다. 법인세 인상은 결국 겉으로는 재분배 정의실현이지만 실질적으론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세율 인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조 연구위원은 "소득 10분위가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 이 정도로도 모자라냐는 것은 가치 판단의 문제"라면서 "정부는 세금을 부과했을 때 결과적으로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 검토를 해야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지 부자가 더 낸다 해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세를 이용한 소득재분배는 개선율이 낮다며 재정지출을 통해 재분배 효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득재분배는 누진제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세원이 얼마나 넓은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누진제도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지는데, 우린 하향하는 쪽에 있어 누진구조 높일수록 재분배 효과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고세율 높이는 것 보단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것이 낫다"며 "영국보다 우리가 소득에 따른 세금차이가 훨씬 크지만 재분배 개선율은 그렇지 않다 영국은 감면제도가 적어 90%이상이 세금을 내면서 누진도가 낮아도 세수규모가 커 재분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장기적인 재원마련을 위해선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며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왕 증세 얘기 나온 김에 복지재정의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야 한다"며 "고복지 시대로 가면 얼마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지 명확히 밝히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부자증세만 갖고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