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는 김상조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줄기차게 압박한 위장전입 문제와 부동산 투기, 배우자 취업특혜, 탈세 등 각종 의혹제기에 대해 하나하나 차분히 해명하고 반박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장 역량 검증에 집중한 여당의 정책질의에도 충실한 답변태도를 보였다.
□ 與野 '자료요청' 두고 시작부터 공방 =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자료요청'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아파트 자금출처, 아들 병역특혜, 김 후보자의 지난 2004년 예일대 연수(펠로우십) 경비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아들 병역 특혜 관련 축소은폐 관련 자료를 요청한다"며 "아들 병적기록표 상에는 37일 연가를 받은 것으로 되어있는데, 국방부 자료에서는 28일만 연가를 받았다고 나와 있다. 사실관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은마 아파트에 살 때 예일대 연수를 가면서 빈집이기 때문에 우편물을 도둑이 훔쳐 갈까봐 목동 현대아파트로 위장전입을 했다고 한다"며 "당시 은아 마파트에는 후보자의 장인, 장모가 전입신고 되어있었다. 도둑이 장인, 장모 우편물은 그대로 두고 후보자 것만 훔쳐가나. 후보자 가족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있기 때문에 자료제출을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정태옥 의원도 "후보자는 올해 3월에 민주당 선대위 고위직을 했는데, 올해 2월에 집중적으로 통장이 정리됐다. 본인 명의 정기적금 2개, 금융투자통장 1개, 배우자 통장 등이다. 지난해 말 통장개설현황과 최근 폐쇄한 통장과 잔고 내역을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김선동 의원 역시 "아파트 구매자금 출처도 아직 충분치 않다"며 "아울러 정책 질의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만 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난 2004년 예일대 월드펠로우십 CEO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며 "김 후보자를 추천한 미국 CEO가 있다고 한다. 그가 누구인지 밝혀달라고 하는데 거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이러한 자료요구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위장전입이나 부인에 관한 문제는 김성원 의원이 질의시간에 해도 될 것을 굳이 의사진행발언으로 의혹제기를 하고 있다"며 "많은 언론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오해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총리인 정홍원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본인 자신의 비리에 대해서만 검증하고 가족에 대해서까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당시 후보자 아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자료열람을 했다"며 "그런데 현재 공정위원장 인사청문회는 아들, 부인, 장인, 장모 청문회인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김 후보자 배우자의 취업 특혜 부분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모 고교 영어강사 채용 기준 중 하나가 토익점수 901점 이상이었다. 하지만 김 후보자 부인은 900점인데도 합격했다"며 "해당 학교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교육청에 김 후보자의 부인 토익 점수가 901점인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제 배우자는 지난 2012년 경기도 교육청 시험에 합격해서 교육청이 배정한 초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해 왔다. 2013년에 해당 고교 영어강사에 지원했을 때는 경쟁자가 없었던 상황"이라며 "이미 같은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자격을 갖췄던 것으로 본 것 같다. 지난 2017년에는 그만두려고 퇴직금도 수령했는데, 학교 측에서 다시 지원해달라고 요청해 와서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은 김 후보자의 청담동 아파트에 대해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청담동 2차 한신 오페라 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 아파트를 어떻게 구입했는지, 누구 소개로 구입했는지 말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간단히 말하겠다. 청담동 아파트라고 하니깐 고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2동 짜리 작은 아파트"라면서 "제가 어렸을 때 살던 곳이라 지나가다가 복덕방에서 미분양이라는 걸 알게 됐고, 재건축 조합 사무실 직접 가서 계약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이곳은 학군이 우수하고 교통 편의성 등 때문에 경쟁률이 높았다. 이렇게 좋은 환경의 아파트가 어떻게 미분양이 남겠느냐"면서 "후보자와 관련한 특별한 인연의 누군가 특혜로 분양한 것이 아니냐"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의혹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만 1차 경쟁률을 제가 전혀 알지 못했고 제가 구입한 아파트는 1층 그늘진 곳으로 미분양상태였다. 또한 제 기억으로는 아파트 뿐 아니라 그 동에 미분양 된 곳이 몇 개 더 있었다"면서 "그래서 (추가적인) 확인을 해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재건축 조합에 특별히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분양 계약서는 소유하고 있으니 보시면 (특혜가 있어) 아파트를 소유한 게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4년 당시 은마아파트 전입한 것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2004년 당시 은마아파트는 재개발 광풍이 불었던 해"라며 "당시 은마아파트는 부동산 투기목적으로 전입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재벌저격수인 제가 은마아파트에 산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진다"며 "제가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사실 제가 영국에 안식년을 다녀온 뒤 아내가 쓰러졌다. 병원에 가서 진단해보니 대장암 2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아내의 생존율은 반반이었다. 당시 수술하던 병원이 강남 모 대학병원이었다"며 "그 후 에 처의 치료를 위해 이사 간 게 중요한 이유였다. 제가 살지 않으면서도 이사를 갔다고 말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난 2004년 받은 예일대 연수(펠로우십)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며 연수를 지원한 미국 기업을 '스폰서'로 명칭하기도 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참여했던 예일대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전형이 2가지였다. 하나는 지명자 추천, 하나는 스스로 추천하는 방식이다"라며 "당시 김 후보자는 미국 기업 CEO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 김 후보자를 추천하고 비용도 댄 '스폰서'인데 그게 누구인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미 설립된 기금에서 돈이 나오는 것이지 개별 기업인이 지원하는 펠로우십이 아니다"라며 "소액주주운동가라는 평판 때문에 이사회 중 한명이 나를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다. 추천인과 피추천인과의 관계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게 원칙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카드 지출액이 '0원'이라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저희 학교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보면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급여총액의 25%를 넘을 때만 신용카드 공제가 되는데, 그 이하 금액을 저장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질 않는다"며 "우리 부부의 연간 카드사용금액은 2000만 원 정도이고, 자동이체 및 인터넷뱅킹으로 쓰는 것도 있다. 생각만큼 검소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 유연해진 김상조?…"현실 적합한 개혁" = 여당인 민주당은 기업집단국 설치, 금산분리 규제완화, 다중대표소송제 등 정책질의에 집중했다.
김 후보자는 김영주 의원의 '기업집단국' 설립 추진계획에 대한 질의에 "과거 조사국은 부당지원, 내부거래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었다"며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런 부분을 조사하려면 기업집단국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 권한과 인원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체적인 기강 확립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공정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후보자는 공정위 퇴직 공무원들이 로펌이나 기업에 재취업 해 현직 공정위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묻는 민주당 김해영 의원의 질문에 "공정위에서 퇴직한 분들이 로펌이나 기업에 많이 있다"며 "후배들을 생각한다면 현직 후배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연락은 하지 말아 달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한 연락이라면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접촉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금산분리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금산분리원칙을 훼손한다는 게 아니라 현실적합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인 다중대표소송제 추진계획에 대해서는 "비상장회사에서는 외부주주가 없어서 책임을 묻기 어렵다. 비상장회사에서 불법 사익편취가 이뤄진다면 상장 모회사가 그 책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후보자가 과거와 달리 재벌개혁에 유연한 입장을 펴는 부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나는 지금까지 시민운동을 하면서 한 번도 재벌해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라며 "다만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로 경제력이 오남용 돼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면서 개선한다면 재벌들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집단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개혁보다 행태규율에 치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우려에는 "최근에 와서 김상조가 말랑말랑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경제정책의 핵심은 환경에 따른 우선순위 조정이다. 현재 세계경제, 한국경제도 뉴노멀, 즉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만큼 그런 부분을 고려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이 대통령 공약인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질의에는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거의 모든 조항을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하도록 되어있다"며 "국회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