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글로벌 조세정책연구회 제4차 토론회-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현 정부의 방향성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과세·감면을 정비한다는 내용이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어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움직임이 미미하고 오히려 조세감면이 확대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조세일보 글로벌 조세정책연구회와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세무사회가 후원한 '2016년 세법개정안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오 교수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방향성을 잃었다"고 혹평했다.
오 교수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11대 신산업에 집중해 R&D 세액공제 혜택을 늘렸다"며 "R&D에 대한 조세혜택은 기본적 원천기술에 대한 지원이고,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어느 한쪽에 대한 조세감면을 늘리면 다른 쪽에 대한 가지치기도 함께 해야한다"며 "(비과세·감면을)마치 어린아이 정을 떼듯이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제가)세제실에 있더라도 조세감면을 확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폐지에 따른 항의가 많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조세감면을 줄이는데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오 교수는 조세감면 중 특히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 도입 취지는 이미 달성했지만 계속해서 일몰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멈출 때가 됐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 1993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해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이제는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소득을 얻는 사업자들의 투명성이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지만 일몰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며 "제도가 본래 목적을 달성했다면 이제는 끊어내고 다른 부분을 개발하는 것이 맞다. 잘못하면 유권자들 눈치를 보는 세제개선이 반복된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우리 세법을 '잔정이 많은 세제'라는 독특한 평가를 내놨다.
우리 세법이 작은 세제지원을 통해 큰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오 교수는 "우리 세법은 '누더기'라고 부르지만 좋게 말하면 잔정이 많은 세제고 나쁘게 말하면 맥락에서 벗어난 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세지원을 조금 한다고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나야 하고,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고용지원도 마찬가지다. 고용은 사업주의 계획에 따라 하는 것이지 세금혜택을 주고 4대 보험료 혜택을 준다고 해서 고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오 교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효과가 없다며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오 교수는 "실제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운용해보니 배당은 늘었는데 투자나 임금증가 쪽에서는 별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며 "이번 개정안에서는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를 일부 수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렇게 해서 임금이 증가될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나 임금증가는 세제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투자가 늘어났다면 투자할 시기가 됐기 때문에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임금은 하방경직성 때문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결론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국민으로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국민개세주의에 맞고 복지를 주장할 때도 떳떳할 것"이라며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러한 추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