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재벌들의 공익법인을 활용한 계열사 우회지배 등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특정 기업이 주식을 공익법인에 5% 이상(성실공익법인은 10%) 기부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 등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평생을 모은 200억원대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225억원이라는 초대형 세금폭탄(증여세)을 맞고 여전히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수원교차로 사건은 이 같은 공익법인 출연주식 규제에서 빚어진 문제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도한 주식출연 규제가 기부활성화를 막고 있다며 적절한 규제장치 설정을 전제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출연주식 비율(일반 5%, 성실공익법인 10%)을 20% 정도로 확대하되 의무지출(payroll) 제도를 두거나 의결권제한을 조건으로 상속증여세를 면제한 후 이를 위반하면 면제된 세금을 모두 추징하고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오히려 '규제강화'로 맞춰지는 모습이다.
28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익법인이 기부받는 주식의 한도를 계산할 때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기주식'은 제외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이 공익법인을 우회 지배하는 부분을 방지하고자 주식보유한도 계산방법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인이 공익법인에 출자(기부)한 총액이 100이고 이 중 자기주식은 20이라고 가정해보자.
종전까지는 성실공익법인 기준으로 100분의 10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80분의 10으로 줄어들게 된다. 공익법인에 기부한 주식 중에서 자기주식에 대한 부분은 상속증여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 기부하는' 결과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공익법인이 재벌의 계열사 편법지배나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더욱 강하게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되지만, 선의의 기부자에게 올가미를 채울 수 있는 여지도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영리공익법인의 회계처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표준적인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마련해 외부회계감사 및 결산서류 공시 등에 적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익법인 간 재무현황 비교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재부 내 '공익법인회계제도 심의위원회'를 설치, 회계제도 운영체제를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정부는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종교, 교육법인 제외)이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았을 때 가산세[(수입금액+ 출연 재산가액)×0.07%]를 물리도록 제도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