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글로벌 조세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패널로 나선 토론자들은 발제가 끝난 후 한국의 조세제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의 조세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 현재 운용되고 있는 각종 세목들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방안 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7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창간 15주년을 기념,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글로벌 시대 한국조세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법학박사,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인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오문성 교수가, 사회는 조세일보가 주축이 되어 창설한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 회장인 안창남 강남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회 패널로는 정부 관계자(정정훈 기재부 조세정책과장), 학계 관계자(김갑순 동국대학교 교수), 재계 관계자(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회계팀장, 이진규 대우건설 재무금융실 상무) 등이 참석했다.
□ "법인세율 체계 장기적으론 '단일화'"…소득세는 '인상'
◆…발제를 맡은 한양여자대학교 오문성 교수.
오 교수는 우선 법인세와 관련해 기업의 매출 규모별 3단계 구간으로 구분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체계를 장기적으론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3개국이 법인세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2단계 누진세율구조를 3단계로 확대시켰다"며 "이러한 결과는 국제적 흐름과 상반된 측면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장기적으로는 법인세율을 단일세율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거나 과표구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은 1억5000만원인데 이를 3억원으로 올려 최고 40%의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와 함께 근로소득자의 면세자 범위를 축소할 수 있도록 근로소득자에 대해서도 소득세 최저한세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1977년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10%의 단일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가가 치세에 대한 인상 방안도 제기됐다.
그는 "장기적인 부가가치세 개편 방향으로 부가가치세 세율의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지방소비세를 독립세로 전환하고,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면세범위의 축소 및 기초생필품에 대한 감면세율을 적용하고, 매입자납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중과세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는 상속세는 폐지하되, 이를 대신해 자본이득세로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이 제시한 글로벌 시대 세제는?
패널로 나선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조세정책에 대해 인센티브적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 조세가 가야할 길은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하게하고, 더 많은 고용을 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적 경제정책기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기업이 직면하는 규제적 성격의 법인세부담을 더욱 감소시키고, 가업상속공제의 범위 또한 더욱 확대해가고, 상속세 폐지도 전향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감당하기 위해선 소득세 누진세율체계를 강화하고, 국민들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간접세 세수 비중을 축소하고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이와 함께 상증세를 강화하거나 자본이득세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규 대우건설 상무는 세법의 단순화와 예측가능성 향상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조세제도의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세율 인상이나 과세대상의 확대 부분은 세금이 합리적으로 지출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우선 마련된 후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법인세에 부과되는 지방세는 법인세에 통합하고 사회보장세 등도 소득세에 포함해 징수해야 된다"며 "예측가능성 향상을 위해 기본적인 원칙에서 벗어나는 예외사항들을 최소화해야 한다. 명백한 탈세가 아닌 경우에도 각종 논리를 개발해 추가적인 세금을 징수하는 과도한 세무조사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회계팀장은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 기업의 성장을 돕는 '성장친화적' 법인세제를 운용해야 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그리고 이로 인해 세수가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된다는 것이 홍 팀장의 주장이다.
홍 팀장은 이날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법인세율 인상을 자제하고 장기적으로는 저율의 단일세율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오문성 교수의 발제와 뜻을 함께 했다.
그는 이어 외부효과가 높거나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공제나 감면은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실효성이 없어진 최저한세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 법인세 인상보단 '경제활력' 초점
한편 정부는 세입 확충 방안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증세'보다는 과세형평성을 중심으로 조세지출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소득세는 과도하게 늘어난 '면세점 근로자'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법인세는 경제활력에 목표점을 두고 제도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복지·통일(재원)을 대비한 조세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OECD에서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하면서도 지속적인 재정수요에 대비해서 세입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조세부담률을 높이는데 동의했다.
소득세와 관련해선 "전반적인 소득세 기반 확대와 공평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과도하게 늘어난 면세점을 축소해야 한다"며 "다만, 저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떤 장치를 통해 면세점을 축소시킬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면세점을 축소해가면서 중산·고소득층도 세부담을 하는 안정적인 누진구조를 할 수 있는 세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율 단일화 관련해서는 "(법인세를)단일세율로 가야한다는 경제적인 제언이나 학계의 의견에 공감한다"고 언급했으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상보다는 경제활력에 중점을 두고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