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경비처리 제한이 없는 정부안보다 수위가 높은 관련법 개정안들이 잇달아 발의됐으나 업무용 차량 비용인정 기준을 배기량, 차량가액으로 할 경우 FTA 위반 등 통상마찰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손질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그러나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개정안들이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 일률적으로 손금산입 한도를 적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통상마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박이 일면서, 향후 국회 세법심의 과정에서 큰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작성한 '조세관련 안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와 관련해 손금산입 요건을 강화하는 정부안과 금액 기준을 설정하는 의원안(5개)은 현재 국회에 계류, 조세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안을 비롯해 의원입법안은 모두 업무용 차량의 사적사용을 막거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다는 방향성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첨예하게 갈린다.
정부안의 경우 차량 취득·관리비를 손금에 산입하기 위해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등 손금산입 요건을 강화하고 있으나, 손금산입한도를 일정한 금액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반해 의원안의 경우 3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금액 기준을 설정해 차량 취득·관리비 중 일정한 금액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금산입을 제한하고 있다.
쟁점은 차량가격을 기준으로 손금산입에 차별을 둘 때 통상마찰이 빚어지느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난 6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업무용 차량 비용인정 기준을 배기량, 차량가액으로 할 경우 교역 상대국들과 통상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 없으며, 특히 차종간 세율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에 기초한 조세를 새롭게 채택하거나 개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배기량이나 차량가액에 따라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 일률적으로 손금산입 한도를 적용하는 것이므로 통상 마찰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경비처리 제한을 둬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업무용 차량의 구입비용 상한선을 두고 있는 의원안의 경우 배기량이나 차량가액 등에 따라 특정 차량에 대해 원천적으로 손금산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차량에 대해 일정금액까지만 손금을 산입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협정문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정부안과 같이 금액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손금산입 요건만 강화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회피할 수 있어,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강화 효과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개인적 용도로 이용하면서 사실상 탈세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처리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 역시 고가의 차량이 업무용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는 방향성에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윤태화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업무 관련성에 있어서 고가의 수입 외제차가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교수는 "방법론의 문제는 남아 있다. 비용인정 기준을 설정 했을 때 관리하기는 쉬우나, 통상마찰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