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세청
지난해 한국 주류시장은 국내 제조 주류와 비싼 양주를 수입하는 대형 수입주류 회사들이 정체를 보인 가운데 특정한 맛을 즐기는 매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중소 수입주류 회사들의 수입 물량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관세청이 밝힌 지난해 술 수입 현황을 보면 물량은 2013년 1억7359만L에서 2014년에는 15.7% 늘어난 2억890만L를 기록했으며 금액 또한 5억2249만 달러에서 5억6821만 달러로 8.8% 증가했다.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에는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일반 와인 물량은 2013년 3255만L에서 3323만L로 2.1%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금액은 1억7177만 달러에서 1억8239만 달러로 6.2% 늘었다.
포도주에 향료를 넣어 우려 만든 술로 다른 음료와 섞어 칵테일로 마시는 베르무트의 경우 989L에서 2568L로 159.7%나 폭증했고 인덜지 코리아가 주로 수입하는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에는 2013년 2만1300L에서 2만4800L로 16.0% 늘었다.
한편 시장에서 인기가 시들고 있는 위스키 수입금액은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럼과 진은 각각 0.6%, 2.9% 줄었으며 사케(청주) 수입금액도 9.1% 감소했다. 이 자리를 스파클링 와인이나 데킬라가 차지한 것이다. 결국 이를 수입하는 수입주류 회사들이 큰 호황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와인을 수입사 관계자는 “매니아 층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 수입주류 시장이 큰 호황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외부적으로 보이는 결산 자료가 곧 영업성과의 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위주인 대형 주류 회사들의 경우 음주문화 변화로 고전하고 있지만 매출 100억원 내외 중소 수입사들의 수익은 예상을 뛰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대형사에 비해 세무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해 2중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귀뜸했다.
재무제표가 공개된 업력 10년 안팎의 주류수입 회사를 살펴 본 결과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경우는 물론 세무조사 조차 받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회사들은 매출이 대기업 수준에 미치지 못한 까닭에 세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은 물론 외부감사 대상도 아니어서 별다른 감시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수입주류 회사 54개 사가 모여 결성한 한국주류수입협회는 비밀이라는 이유로 회원사 명단 공개도 거부할 정도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 결손은 11조원에 달했고 박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공약한 많은 복지공약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상태다. 올 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수진도율이 지난해 1월에 비해 오히려 0.1% 낮은 것으로 나타나 올해 또한 지난해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 수입주류 회사가 호황을 누린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곤란하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중소 주류업체뿐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당연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현실을 외면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해 빚을 내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는 데도 정작 곳간을 채워야할 세무당국의 눈은 매출액이 기대만큼 크지 않는다는 이유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